핵잠 이은 숙원사업 '전작권 전환'은 어디까지 왔나…한미 국방 곧 대면

헤그세스 美 국방, 안규백 만남 앞두고 "전작권 전환 추진, 훌륭한 일"
FOC(2단계) 검증 마무리…FMC(3단계) 검증 로드맵이 관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2025. 09. 30. ⓒ AFP=뉴스1 ⓒ News1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예원 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내달 초 말레이시아와 한국에서 연이어 대면한다. 두 장관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물론, 우리 군의 또 다른 숙원 사업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안 장관은 내달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제12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차 이날 출국했다. ADMM-Plus에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1개국을 비롯한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19개국 국방장관급 인사가 참석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안 장관과 헤그세스 장관의 양자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내달 4일 서울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할 예정으로, 이때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다만 말레이시아에서도 자연스럽게 대면해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은 있다.

한미는 이번 SCM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문제에서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지난달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계획 추진 현황 점검 결과, '조건 충족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라고 공감한 바 있다.

전작권 전환을 바라보는 미국의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작권 전환에 대해 주무 장관이 명확하게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은 전투에서 믿음직한 파트너의 아주 훌륭한 사례"라며 "그뿐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점점 더 기꺼이 맡길 원하고, 또 그래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 장관은 이날 출국에 앞서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국의 전작권 전환 추진과 관련해 한국의 노력과 의지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해준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라며 "전작권 전환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미 간에 긴밀히 협조하면서 현 정부 임기 내에 조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2025.10.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중국 견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안보 정책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 임무를 줄이고 대만 위기 시 관여 등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선 한국군에 한반도 방어 주도권을 조기에 넘겨주는 방안이 미국에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도 전작권 전환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잠수함 운용은 한국군의 역량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핵잠 건조를 위한 핵 연료 공급은 그동안 미국이 핵 확산 우려로 제한해 온 민감한 사안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180도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유사시에 한미 연합전력을 총괄 지휘·통제하는 권한이다. 현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는 연합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우리 군의 지휘권을 이양했다. 이후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고, 유엔군 작전통제권이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갔다. 우리 군은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고, 한미는 2006년부터 전작권 반환 협의를 시작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령부'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북한의 도발 등이 발생했을 때 대응 수위와 전력 운용 등을 한국군이 직접 결정하게 돼 군사적 자율성과 책임이 동시에 확대된다. 주한미군, 연합군에 대한 지휘권도 사실상 한국군이 갖게 된다. 일각에서는 전작권 반환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미 양국은 '전작권과 주한미군 주둔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전작권 전환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3단계 검증을 거쳐 이뤄진다. 한국은 2019년 IOC 검증을 통과했고, 현재는 2단계 FOC 평가를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이번 SCM에서 FOC 검증 일정과 FMC 진입 로드맵을 구체화한다는 목표다.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은 △연합 방위를 주도할 군사적 능력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능력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 환경 조성이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 모두 한국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전작권을 가져가는 게 맞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이번 SCM에서 2단계 평가를 언제 마무리 짓고, 3단계는 언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