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방한 시진핑, '北 견인·한한령 해제' 선물 푸나

내달 1일 李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안정적 한중관계' 관리 초점
'2단계 FTA' 논의 가능성도…문화·관광까지 확대 계기 될지 주목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가운데 풀어 놓을 '선물 보따리'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오는 30일 외교 의전상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 형식으로 방한해 2박 3일간 체류한다.

시 주석은 오는 11월1일 이재명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은 지난 정부에서 소홀했던 것으로 평가되는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이번 회담을 주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6일 "그간 양국 소통 과정에서 분위기는 좋다"라며 "의미 있는 정상회담을 위해 차분히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고위급 교류 활성화와 정상 간 신뢰 형성의 주요 계기"라며 "양국 간 실질 협력 성과 도출을 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한중관계' 관리 초점 전망…'한한령' 해제 본격화 주목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일단 '안정적 한중관계'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경제·무역·인문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댈 전망이다.

그중에서 외교가의 최대 관심 사안 중 하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여부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도 한한령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인 2017년부터 한국 문화 콘텐츠를 겨냥한 비공식 제재를 유지해 왔다.

이에 한한령 해제는 양 정상 간 회담에서 명시적 선언으로 공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대신 시 주석 귀국 후, 한국 문화 콘텐츠 소비가 '사드 보복 조치' 이전으로 회복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시 주석의 이번 방한 및 한한령과 관련해 "제도화됐든 제도화되지 않았던 서로 간의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가 원만하고 제약이 없도록 풀어가자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것"이라며 분위기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중 양국 국민 감정 회복을 위한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반중 시위, 중국의 반한 감정을 누그러뜨릴 실질 교류 증진 구상이 한중 정상 간 합의문에 담길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을 무비자 입국 대상국에 포함하고 있는데, 비즈니스나 관광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최대 30일까지 무비자가 가능하다. 이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2단계 한중 FTA 탄력 계기 가능성…·비핵화 등 北문제 習 입장 표명도 중요

경제 분야에서는 올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0주년을 맞아 '협정 확대'에 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2015년 체결된 한중 FTA는 소재, 부품, 장비 위주인데 그간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한중 정상들이 회담을 기점으로 '2단계 한중 FTA' 본격 논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향후 관련 절차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이 대통령에게 새로운 단계의 한중 FTA 논의 필요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조 장관은 지난 9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 FTA에 대해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힌 바 있다.

우리로선 북한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건설적 역할' 약속을 반드시 챙겨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간 소원했던 것으로 평가받던 북중관계는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고, 한미 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대해 거리를 두게 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을 이해한다'라고 말하거나, 중국도 최근 '비핵화'라는 표현을 자제하는 등 관련 동향이 감지되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어려운 사안 중 하나가 한국은 안보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중국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선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