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APEC 슈퍼위크'…트럼프·시진핑 경주 집결, 전 세계 이목 쏠린다

트럼프·시진핑 연쇄 국빈 방한…한미·한중 회담 이어 미중 '담판' 무대 된다
日 다카이치, 총리 임명 후 30일부터 2박 3일 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스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중국·일본 정상을 비롯해 각국의 정상과 정상급 인사들이 경주에 집결하며 올해 남은 가장 큰 다자외교 무대가 경주에서 펼쳐진다. 한국·미국·중국·일본은 물론 북한까지, 각자의 이해관계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20일 예상된다.

트럼프 방한으로 '빅 이벤트' 시작…미중 정상회담·대북 접촉 여부가 최대 관심사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정상회의 주간'(경제 지도자 주간)에는 최종 고위 관리 회의(CSOM·27~28일), APEC 장관 회의(AMM·29~30일), APEC 경제 지도자 회의(AELM·31~11월 1일)가 열린다. 마지막 이틀간 진행되는 AELM이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메인 이벤트'다.

하지만 정상회의 주간의 하이라이트는 이보다 빨리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방문하기 때문이다. 국빈으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국빈 방문이 유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을 앞두고 있다. 미중의 정상회담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한국의 입장에선 국익 극대화를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다. 해결책 모색에 어려움을 겪는 관세 후속 협상의 추이가 한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과, 한미 정상이 대면해 '탑 다운' 방식의 합의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군사분계선(DMZ) 이북으로도 뻗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북한과 미국이 사전 접촉을 하고 있다는 동향이 선명하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전격 호응할 경우 북미 간 유의미한 접촉이 한반도에서 재현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유력 언론인 CNN이 판문점 인근에서의 취재 준비에 집중하고 있고, 남북공동경비구역(JSA)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가 APEC 기간 판문점 특별견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북미 간 '판문점 회동'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진 상황이다.

11년 만에 한국 찾는 시진핑…美와의 '패권 경쟁' 출구 모색

시 주석은 30일 한국을 찾아 내달 1일까지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미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만큼, APEC을 계기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합의'를 통해 과도한 갈등의 출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행동·발언이 정상회담의 최대 변수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두 정상이 합의가 아닌 기 싸움에 더 집중할 경우, APEC 무대는 '화합의 장'이 아닌 또 다른 갈등이 촉발되는 '외교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입장에선 미중 정상이 '대타협'을 이룰 경우 중재의 무대를 마련한 듯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정상회담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춰 민간 및 경제 협력 방안에 초점을 맞춘 대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의 방한을 통한 한중 정상회담은 11년 만이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는 해묵은 과제를 해소하게 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에 따른 한미 간 '동맹 현대화' 논의와, 한국 내의 혐중 여론을 상당히 신경 쓰고 있지만, 미국의 입김이 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두 사안을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으로 거론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한국에 대한 외교 지렛대로 삼으려 할 수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2025.10.4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日 신임 총리 방한 예상…한일관계 '기대보단 우려'

일본은 21일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를 통해 신임 총리를 사실상 선출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유신회와의 '신(新) 연정' 성공을 기반으로 총리직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다카이치 총재는 총리 임명 후 오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경주를 찾을 예정이다. 그의 우익적 성향에, 극우 정당인 유신회와의 연정으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세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방향성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두 정상의 첫 대면이 이뤄지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정당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다카이치 총재가 지난 19일에 끝난 추계 예대제 기간엔 참배를 생략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일관계에 대한 그의 첫 메시지가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총재 임명 직후에도 강화된 북중러 협력에 대응하고, 한미일 방위·안보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일관계를 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 정세에서 한일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한일관계는 일단 파열음 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