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 협력 확대 땐…"군수지원함으로 시작, 호위함까지 건조"

이재명 대통령 "마스가 프로젝트에 군함 건조도 포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미 조선 협력이 군함 건조 분야로 본격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군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해 온 법률을 우회할 수 있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맡을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다목적 선박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연설에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미 군함 건조도 포함된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군 통수권자가 미 군함 건조 가능성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군함 건조 계획을 자세하게 알리진 않았으나, 미 해군의 전투함을 미국이 건조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돕거나, 한국 조선 업체가 미 군함을 직접 만드는 방안 모두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서 배를 구입하고, 동시에 미국에서 미국 인력과 함께 배를 만들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 의회와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 해군은 현재 296척의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370척을 갖고 있고, 2030년까지 435척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보다 수적으로 열세다. 미국은 2054년까지 381척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노후 함정 퇴역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약 30년간 360척 이상을 새로 건조해야 한다. 미국 조선소의 연간 건조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의 조선 역량이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현실적 해법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한국 조선업계가 우선 맡을 수 있는 분야는 군수지원함·구난함 등 비전투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군수지원함은 전투함과 달리 무기체계 기밀이 적어 해외 생산에 대한 보안 우려가 비교적 작다. 군함 외에 LNG 운반선, 유사시 미군 장비를 수송할 자동차 운반선을 미국이 발주할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필리 조선소는 현재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3척, 해저 암석 설치 선박(SRIV) 1척, 컨테이너선 3척 등 총 7척의 선박을 수주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의 조선소를 인수하면 호위함 사업까지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산 호위함과 초계함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된 바 있으며 설계·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5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국내 건조 군함을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 해군이 가장 시급하게 확보해야 하는 건 호위함이기 때문에 미국 내 조선소 건조 방식으로는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추후엔 이지스 구축함 등 전투함의 MRO(유지·보수·정비)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호위함 정도 수준까지이고, 그 이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보안 수준 등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건조한 군함을 미국에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군함은 '번스-톨레프슨법'을 통해, 상선은 '존스법'을 통해 해외 건조를 제한하고 있다. 이들 법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미 의회에선 올해 초부터 동맹국에 함선 건조를 맡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미 정부는 법 개정보다 속도가 빠른 행정명령을 통한 '예외 허용'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비전투함을 한국에서 '블록 제작'이나 일부 건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달 초 관련 구상을 방위사업청에 제안했다. 방사청은 다음 달 미국에서 미 해군부와 규제 완화안을 구체화할 워킹그룹 회의를 열 예정이다.

조선업계에선 당장 대미(對美) 군함 수출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예외 허용이 실현될 경우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미 협력을 공식화하면 '미국이 인정한 파트너'라는 신뢰 효과를 얻게 되며, 다른 국가에 대한 군함 수출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에서 제작된 군함이 미국 작전에 사용되면 한국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 입장에선 경제적 이익과 외교·안보적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 '밸런스'를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