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에 힘 실어준 李…日, '과거사 문제' 전향적 태도에 주목
정부 간 합의 연속성 보장한 李 대통령…공은 이시바에게 넘어가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가 나올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 만찬 등 일정을 소화하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이 지난 19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2023년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이 양국 간 공식 합의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과거 한일 정부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직후 개최되는 것이기도 하다.
위안부 합의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에서 일본 정부 출연금으로 설립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을 해산하며 사실상 파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한국 정부의 정권 교체 시 정책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구심이 생긴 계기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일본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강제동원 피해 보상 해법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앞두고 한일 정부 간 합의의 연속성을 언급한 건, 한일 양국 간 신뢰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의원 선거 패배로 퇴진 압박을 받던 이시바 총리에게 외교적 성과를 안겨주며 정권 유지의 힘을 실어주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자민당 내 보수층이 우려하는 한국의 진보 성향 정부의 '반일 정서'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고, 양국 정상이 미래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행보의 연속성을 확보할 여건이 마련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과거사 사안에 대해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감정의 문제이므로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거나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라고 말하며 일본 역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태도를 더 보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즉, 한국은 과거 합의는 존중하고 그것을 유지할 것이지만, 이와 별개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이 채울 공간은 아직 비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럴 때 서로에게 더 큰 공동의 이익과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리라 생각한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5일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전 80년을 맞아 진행된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 총리로선 13년 만에 전쟁에 대한 '반성'을 언급했다. 그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대다수가 됐다"며 "다시는 길을 잘못 가지 않겠다.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제강점기 한국을 상대로 저지른 과거사에 대해선 별도의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그 때문에 이시바 총리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선 전향적 메시지를 내며 한국의 의구심을 지울 차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 메시지를 내거나, 지난해 파행됐던 사도광산 추도식, 아직 일본 측의 기여가 없는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이행에 대한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 대통령이 '위로의 말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일본이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양국 간 과거를 교훈으로 삼아 중요한 역사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서로 협력해서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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