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600명 추산했는데…북한, 파병 전사자 101명 얼굴만 공개

"사망자 축소하고 싶었을 듯"…민심 잡기 위한 결속 행사에 중점
정부, 파병 종결·추가 사망자 공개 여부 주시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귀국한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주요지휘관에게 국가표창을 수여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러시아 파병군 사망자의 신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01명의 사진과 이름이 담긴 '추모의 벽'을 세웠는데, 국가정보원이 파악한 전사자 수(600여 명)와 큰 차이가 난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전사자 수를 축소했을 가능성이 22일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지휘관·전투원들에 대해 국가표창(훈장)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 중앙회관에 '추모의 벽'을 세웠다면서 101명 전사자의 사진과 이름을 걸었다. 신문은 정확한 사망자의 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추모의 벽'의 규모로 봤을 때 이날 공개된 추모의 벽 외에 별도의 추모 공간이 있을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인다.

북한 매체의 보도사진으로 공개된 전사자의 수는 기존 우리 정보 당국이 파악한 수와는 큰 차이가 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30일 국회 보고에서 파병 북한군 사상자가 전사자 약 600명 포함 470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1만 1000여 명 규모의 병력을 러시아로 파병했고, 올해 초에는 3000명 이상의 병력을 추가로 파병해 총 1만 5000여 명의 병력이 러시아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자체 정보 외에도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 정보 당국과의 정보 교류를 통해 교차 확인한 정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가 지난 6월 30일 공개한 기념공연 장면. 공연 중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에 파병된 후 전사한 장병의 시신을 인수하는 장면도 공개됐다.(조선중앙TV 갈무리)

국정원과 북한이 공개한 사망자 수의 차이는 북한이 전장에서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전사자를 아직은 실종자로 분류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일각에선 파병 장병 중 상당수가 북한 당국이 '각별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계층이었기 때문에 예우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아울러 북한이 김 총비서의 '결단'과 업적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축소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김정은 정권과 체제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사망자를 최소화하고 싶었을 것"이라면서 "전사자와 지휘관·군인들이 '해방의 영웅'이라고 부각하고 이를 김정은의 결단으로 인한 치적으로 꾸며 주민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상자의 수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는 영역이고 파병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며 "김 총비서가 지금 포상과 보은 조치를 취한 이유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 80주년(10월 10일)과 5년 만에 열리는 9차 노동당 대회(연말 혹은 연초)라는 중요 내부 행사를 앞두고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총비서는 참전 군인들의 공훈을 기록하는 사업이 '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될 '중대 조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서 추가적인 전사자의 신원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파병 종결 및 전사자 추가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조금 더 주시하겠다"라고 밝혔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