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한중 관계 개선 기회…민간외교 역할 중요"
[황재호가 만난 중국] 리우전 中 산시성 인민대외우호협회 이사
천연기념물 따오기·원측대사 귀향 프로젝트로 민간교류 이끌어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한중 관계 개선에 많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전성기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정부 차원의 개선만으로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민간 차원에서 상호 감정이 매우 악화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 시기 한중 관계는 민간 교류에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듯하다.
특히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중 관계의 회복을 위한 예열 작업이 필요하다면 민간 차원의 다양한 기획과 실천이 준비돼야 한다.
10여 년 전부터 양국 민간교류와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이가 있다. 리우전(刘震) 중국 산시성 인민대외우호협회 이사에게 한중 민간교류의 진일보를 위한 방향과 방법에 관해 물었다. 그는 시안(西安)외사대학 국제언론센터 주임직도 맡고 있으며, 신랑망(新浪网·시나닷컴) 산시성 총편집인을 지냈다.
― 경남 창녕군 '명예 군민'으로 선정된 첫 번째 외국인이라 들었다.
▶ 중국 정부가 한국에 선물한 따오기 4마리는 현재 창녕군에 있으며, 이들은 제 고향인 산시성에서 왔다. 따오기는 멸종위기에 처한 매우 희귀한 새로, 중국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자연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지정돼 보호받는 것으로 안다. 나는 한중 양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포함한 3국의 연결고리로 따오기에 주목했다. 따오기 국제포럼을 한중 양국에서 수차례 개최했고 2019년 G20 오사카 정상회의 때는 따오기 문화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 '따오기'와 관련해 어떤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나.
▶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민간에서 전해지는 유명한 '따오기' 동요를 발견했을 때다. 첫 따오기 국제포럼 개막식 때 창녕군 어린이들이 중국에 초청돼 중국 어린이들과 함께 이 동요를 합창한 적이 있다. 양국 어린이들이 서로 처음 만나고 언어 장벽도 있었지만, 함께 연습하고 공연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강한 감동을 받았다.
― 현재 따오기 교류 상황은 어떤가.
▶ 따오기는 현재 한일중 3국협력사무국(TCS)의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됐다. 올해 11월 일본에서 3국 따오기 국제포럼이 개최될 예정이고, 따오기 문화예술제 관련 관광 루트도 개발 중이다.
― 최근 원측(圆测) 대사 귀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 원측 대사(613~696)는 신라 왕족 출신으로, 현재의 경주 사람이다. 어릴 적 출가해 15세에 당나라 장안에 왔으며, 일생 불교 연구에 헌신했다. 현장 법사의 제자이자 고승으로, 중한 불교사와 문화교류사에서 높은 명성과 업적을 가지고 있다. 대사는 84세에 중국에서 입적해 시안에서 영면했으며, 고향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시안의 흥교사에 원측 대사의 탑묘가 모셔져 있으며 2014년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중국 내 한국 관련 유적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다만 돌아가신 지 1300년이 흘렀지만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는데, 이 점이 평소 안타까웠다. 그간 양국의 관심 있는 단체들과 개인들의 노력으로 원측 대사의 고향 경주에 모시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사의 공덕을 홍보하고 양국 불교문화 교류를 촉진하고자 한다.
― '원측 대사 귀향 프로젝트'를 왜 지금 추진하는가.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된다. 원측 대사의 고향에서 중요한 국제적 행사가 열리는 만큼 양국 관계 개선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 경주와 시안은 우호 도시다. 하나는 원측 대사의 출생지이며, 다른 하나는 그의 선교지와 안장지다. 만약 두 도시가 협력해 원측의 고향 귀환이 성사된다면, 이는 양국 우호 교류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다.
― 따오기나 원측 대사 모두 한중 교류에 의미가 있겠다.
▶ 상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일시적인 열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적 동력과 정신적 공감에서 가능한 것이다. 중한 관계 발전을 논할 때 단순히 이론이나 구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행동과 밀접하게 결합돼야 한다. 국가 최고층과 정부 기관 간의 상호작용과 노력과 함께 개인의 노력과 실천이 병행될 때 관계의 진전이 가능하다.
―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33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중 민간 교류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 한국 신정부의 출범으로 한중 관계는 개선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럴 때 특히 민간 외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쩌면 개인이 국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개인의 일상적 실천이 종종 상상 이상의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는 그간 소원했던 한중관계를 관리·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양국 국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여전히 낮은 듯하다. 중국에서 직접 중국 사람들을 만나 찾은 '숨겨진 시선'을 중국 전문가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