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위기지만…한일, 광복 80주년 앞두고 '간접 셔틀 외교'
조현 외교장관, 이시바 日 총리 예방…스가 전 총리는 李대통령 예방
전문가 "한일, 당장 정상회담은 어려워…'무게감' 있는 인물 간접 소통 중요"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패배로 퇴진 위기에 몰렸지만 한일 정상은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간접 셔틀외교'를 펼쳤다. 이시바 총리의 진퇴 여부와 무관하게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80주년 경축사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30일 제기된다.
일본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시바 총리를 예방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조 장관의 방일을 환영하며 "현재 양호한 일한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한미일 3국 협력도 진전시켜 나가자"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 출장과 주요국과의 양자회담 상대로 이례적으로 미국이 아닌 일본을 택했다. 한미 관세 협상의 난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이번 행보가 외교적 관례보다는 현재 상황과 여건을 먼저 살피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기조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중요하지만 한일관계의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전날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엄중한 국제정세 속,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도전 과제에 공동 대응하며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이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는 이번에 일한의원연맹 대표단의 수석대표 자격으로 방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스가 전 총리에게 "우리는 같은 앞마당을 쓰는 이웃 같은 존재"라며 "양국 정부 관계뿐 아니라 의원 간 교류도 더 활발해진다면 한일관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일본의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른 여소야대 정국 및 자민당 내 이시바 총리의 상황 등에 관해 설명을 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자민당은 선거 패배 이후, 이시바 총리의 퇴진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단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자민당은 내달 초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한일관계에 있어 온건한 태도로 소위 '비둘기파'로 평가받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차기 총리 유력 후보군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경우,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온 자민당 내에서 우익을 대표하는 극우 성향의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케미'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간 셔틀 외교가 본격화하기 전에 이시바 총리가 물러난다면,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동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첫 양자회담을 갖고,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의 주재 대사관에서 열린 리셉션 때도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교환하는 등 한일관계 강화를 위한 여러 외교적 제스처를 취했다. 이시바 총리가 지난달 19일 도쿄에서 열린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자 이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표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간접 셔틀 외교'를 계기로 한일관계의 추동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호적인 대일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 간 상호 메시지 교환, 비중 있는 각급 인사들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정치 상황의 혼란으로 현재 상황에선 한일 정상이 직접 대면하기는 어렵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으로 가기 전에 일본을 들른 건 잘한 일"이라며 "앞으로 한일 정상이 서로의 의중을 전달할 수 있는 인사를 통해 간접 소통하는 등 고위급 채널을 긴밀하게 가동하며 일단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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