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 귀환운동 헌신' 故 박노학 선생, '이달의 재외동포' 선정

"편지 3만여 통 전달·사할린 동포 명부 작성…귀환운동 물꼬 터"

고(故) 박노학(1914~1988) 전 사할린억류귀환한국인회 회장이 7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됐다. 2025.07.15. (재외동포청 제공)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재외동포청은 사할린 동포의 귀환운동을 주도하고 이산가족 상봉 실현에 헌신한 고(故) 박노학(1914~1988) 전 사할린억류귀환한국인회 회장을 7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1914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박 전 회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43년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됐고, 해방 이후에도 무국적 상태로 억류됐다. 1958년 일본으로 귀환한 뒤 사할린 동포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고국 귀환을 촉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동포들을 위해 사할린에서 보낸 편지를 한국 가족에게 전달하는 '우편배달부' 역할을 자처하며 30여년간 아들과 함께 3만여 통의 편지를 전했다. 당시 한국과 구소련 간 국교가 수립되지 않아 서신 교환이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이는 생사 확인과 가족 상봉의 희망이 됐다.

박 전 회장은 또 사할린 동포들의 국적과 귀국 희망 등을 기록한 '박노학 명부'를 만들어 약 7000명을 수록했다. 이 명부는 한국과 일본, 구소련 간 동포 관련 외교 협상에서 핵심 증거 자료로 활용됐다.

그는 사할린 동포의 귀환이 어려웠던 시기 가족 상봉이라도 실현하기 위해 일본 정·관계 인사와 협력해 구소련 당국을 설득했다. 그 결과 1984년 사할린 동포 10명의 일본 방문과 가족 상봉을 최초로 성사시켰고, 이는 전후 첫 사할린 동포의 공식 출국 사례로 귀환운동의 물꼬가 됐다.

이후 일본 경유 상봉 방식을 제안해 1988년 일본 의원단의 구소련 방문 이후 첫 일본 경유 가족 상봉도 이뤄졌다. 그의 노력은 정부의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1988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박 전 회장은 강제동원과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은 사할린 동포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가족 상봉의 길을 열어준 진정한 선구자"라며 "일평생을 헌신한 그의 삶을 기리고자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재외동포청은 대한민국 발전과 재외동포사 연구와 한인 위상 제고 등에 기여한 동포를 매월 발굴해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3월 김평진 전 재일제주개발협회장 △4월 홍명기 전 M&L Hong 재단 이사장 △5월 임천택 독립운동 지사 △6월 박병헌 전 재일민단 단장이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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