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안보 비용' 이견 있나…트럼프는 '방위비', 韓은 '국방비' 언급

트럼프 "韓, 방위비분담금 100억 내야"…위성락 "한미 협상서 SMA 논의 없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세협상 및 방위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미가 관세와 안보 비용을 묶어 '패키지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안보 비용과 관련해 한쪽은 '방위비분담금'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은 국방비(국방 예산)을 의제로 언급해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한미가 아직 안보 협상의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도 10일 제기된다.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인 9일 "통상·구매·안보 관련 현안을 망라한 패키지를 고려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다"면서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관한 것은 논의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100억 달러(약 13조 원)로 현재의 9~10배가량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큰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은 성격과 목적, 확정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국방비는 국가의 자위력 확보와 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총예산이다. 올해 국방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32% 수준인 61조 2469억 원인데, 국방 연구개발(R&D) 등 군 관련 간접 지출을 포함한 포괄적 국방비는 약 66조 원(GDP의 2.8%)으로 파악된다.

방위비분담금은 기본적으로는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인건비와 군사건설, 군수지원 등 직접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한국의 자체 방위력 개선과 정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

우리 정부가 정할 수 있는 국방비와 달리 방위비분담금은 SMA 협정에 따라 확정되기 때문에 별도의 한미 간 협상이 필요하다. 특히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규정하는 SMA 틀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늘리기 위해선 현재 '인건비, 군사건설, 군수지원'으로 제한된 한국의 부담 범위와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사실상 새로운 협정을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도 나토 회원국처럼 국방비를 GDP의 5%(직접 국방비 3.5% + 간접 안보 비용 1.5%)까지 늘릴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이 이 기준에 맞출 경우 최대 70조원 이상의 예산 증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2025.7.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일각에서는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받고, 이 금액을 국방비 인상분에 넣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미국산 무기의 추가 구입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 방산 기업의 미국 공장 설립 등 국방비 증액을 위한 대안과의 조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관련 언급의 진의는 불분명하다. 그가 국방비와 방위비의 개념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압박 차원의 언급을 했을 수도 있다.

위성락 실장도 "방위비와 국방비를 섞어서 쓰기도 하는데, 루비오 장관과의 만남에서 한미 간 SMA 자체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방위비 전체를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가 있긴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도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SMA 재협상이 안보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안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주무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내각회의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국방비 인상에는 동의하고 있기에 여기에 더해 방위비분담금도 올리는 협상을 진행하라는 일종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억 달러 발언이 SMA에만 국한돼 있다고 보긴 어렵고, 국방비 인상 요구와 섞여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높은 액수를 언급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는 만큼, 한국도 받을 건 받을 수 있는 협상안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