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 6명이 62년 군 복무'…20년 맞은 병역명문가 시상

21일 국무총리 주관 시상식서 20개 가문 표창… 4대 병역 이행도
"자랑스럽게 병역 이행…공 인정하고 응원해줘야 나라 건강해져"

(병무청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을 자랑스럽게 이행하고, 사회에선 그분들의 공(功)을 인정하고 응원해줘야 나라가 건강해지지 않겠습니까."

30년 동안 해군에 몸담았던 이승환씨(56)는 요즘 유명 인사들이 병역을 기피하다 적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에게 병역 이행은 직업군인이었던 본인뿐만 아니라 아버지, 형제, 자녀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이씨는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대체 복무할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육군 장교인 누나 재민씨를 따라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또 이씨의 아버지 이봉성씨가 육군에서 전역한 뒤 경찰로 일하다 상이군경 국가유공자가 되면서 '2대(代)'인 이씨 동생 승민씨는 보충역으로 편입될 수 있었으나, 그 역시 해군 해난구조전대(SSU)에서 병으로 복무했다.

이씨의 자녀 경윤·욱진씨도 현재 해군 중사로 복무 중이다. 이들 이씨 가문 '3대' 6명의 현재까지 군 복무기간을 다 합치면 무려 62년(753개월)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봉성씨 가문은 오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관으로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20회 '병역명문가' 시상식을 통해 대통령 표창과 포상금을 받는다.

올해 병역명문가 시상식에선 이씨 가문을 포함한 2개 가문에 대통령 표창이 수여될 예정이다. 국무총리 표창(4개 가문)과 국방부 장관 표창(5개 가문), 병무청장 표창(9개 가문)까지 포함하면 총 20개 병역명문가가 올해 정부 표창 대상에 선정됐다.

(병무청 제공)

'병역명문가'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직계비속, 즉 조부와 부·백부·숙부, 그리고 본인·형제·사촌형제 등 3대 가족이 모두 현역 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과거엔 '병역이행 명문가'로 불렸지만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간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2010년 5월 지금의 호칭으로 바뀌었다.

병무청의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병역을 '명예롭게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긍지를 갖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취지에서 2004년 시작돼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병역명문가로 선정되면 증서와 패, 병역명문가증뿐만 아니라 전국 1320여개 시설에서 이용료 할인 등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병역명문가 시상식은 2011년 제8회 때부터 총리가 참석해 격려하는 정부 행사로 격상됐고, 2020년부턴 '국권 회복과 조국 수호를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의 호국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일제강점기에 독립군·한국광복군 등으로 활동한 독립유공자를 병역명문가 선정 대상에 포함했다. 현재까지 총 12개 독립유공자 병역명문가가 발굴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최근 1년 새(2022년 3월1일~2023년 2월10일)엔 2465개 가문이 병역명문가에 선정되는 등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다. 그동안 병역명문가로 선정된 가문은 총 1만2000여개에 이른다.

특히 올 들어선 처음으로 '4대' 병역명문가가 3개 가문이나 탄생했다.

한국전쟁(6·25전쟁)에서 전사한 고 이광복씨 가문에선 1~4대에 걸쳐 총 7명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4대 규호씨(육군 병장 만기제대)는 "병역명문가 후손이란 자부심으로 군 특급전사로 선발되는 등 국방의 의무를 더 성실히 수행했다"고 말했다.

또 4대 병역명문가 중엔 모두 13명이 총 35년(420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고 박재화씨 가문도 있다. 1대인 고인은 경찰 공무원으로서 6·25전쟁에 참전했고, 2~4대 12명은 각각 육·공군에서 부사관과 병으로 복무했다.

(병무청 제공)

고 노홍익씨 가문은 첩보부대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했던 고인이 '특수임무유공자'로 인정받으면서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 3대 희철씨(67)는 "앞으로 4대를 넘어 5대, 6대 병역명문가가 나와주기 바란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번 병역명문가 시상식에서 이들 4대 병역명문가에 직접 기념 메달과 증서를 수여하기로 했다.

이밖에 올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병역명문가 중엔 서울대 약학대학에 다니다 한국전쟁(6·25전쟁) 발발 뒤 자원입대해 충무무공훈장을 받은 참전유공자 고 황화연씨 가문이 있다.

고인의 아들 인배·인석씨는 각각 육군 중위와 병장으로 병역 의무를 마쳤고, 손자 주영·건영·건하씨는 특기를 살려 각각 사진운용병과 군악병, 경찰홍보단으로 복무했다.

2대 인석씨는 병역명문가 표창을 받게 되자 "아버지의 공에 대해 나라가 다시 한 번 인정해줘 기쁘다"며 "요즘 인식이 희미해진 '가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육군사관학교 제2기인 고 유정택씨 가문도 올해 병무청장 표창을 받는다.

고인의 아들 영호·태호씨는 각각 육군 병장과 하사로, 손자 창주씨는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손녀 창희씨(42)도 공군사관학교 52기다.

4대가 병역 의무를 이행한 고(故) 노홍익씨 가문의 2대 노병씨 군 복무 시절 모습 사진. (병무청 제공)

이들 가족은 6·25전쟁 안강지구 전투에서 산화한 고인의 유해가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다.

창희씨는 표창 수상 소식에 "역사 속에서 잊힐 뻔한 우리 가문의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고 인정받을 수 있게 돼 감사하고 기쁘다"며 "손녀로서 한 번도 뵙지 못한 할아버지께 선물을 드리는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병역명문가로 선정된 이들은 병역 이행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승환씨는 "우리 민족은 국방력이 약해져 있을 때 외침(外侵)을 많이 받았다"며 "지금도 군대를 안 간 게 특혜인 것처럼 병역이행을 안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병역 의무를 다해도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보단 '끌려갔다' '잡혀갔다' '군 생활을 어떻게든 때웠다'는 등 자조적인 시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창희씨 또한 "돈이 있고 권력이 있으면 어떻게라도 병역 면제를 받으려고 브로커까지 산다고 하니 안타깝다.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회피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거창한 걸 하라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를 감사히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 나라를 내가 지켜야지, 남이 지킬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가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 실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대를 이어 나라사랑을 실천한 병역명문가의 숭고한 헌신이 긍지와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존경과 예우로 보답하는 게 미래세대인 우리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