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밀도 정상인데 뼈가 왜 이러나…"빈혈 있으면 골절 위험 높다"

서울성모병원 등 공동연구팀 41만여 명 13년 추적
골밀도만으로도 못 잡아…혈액검사로 예측 가능성

정기 건강검진에서 흔히 확인하는 피검사 수치가 골절 위험을 가르는 새로운 신호로 확인됐다. 빈혈이 있는 사람 등은 골밀도와 관계없이 골절 위험이 더 높았다. 뼈의 단단함만 보는 골밀도 검사에 더해 혈액검사로 뼈 건강의 숨은 위험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기 건강검진에서 흔히 확인하는 피검사 수치가 골절 위험을 가르는 새로운 신호로 확인됐다. 빈혈이 있는 사람 등은 골밀도와 관계없이 골절 위험이 더 높았다. 뼈의 단단함만 보는 골밀도 검사에 더해 혈액검사로 뼈 건강의 숨은 위험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성모병원은 하정훈 내분비내과 교수와 조이 우(Joy Y. Wu)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국골대사학회(ASBMR) 2026 연례학술대회 등에서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41만여 명을 13년 넘게 추적 분석한 결과 피검사에서 적혈구의 상태를 보는 지표인 적혈구분포 폭과 평균적 혈구용적이 높거나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골밀도와 무관하게 골절 위험이 독립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고령층의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국내 고관절 골절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남성 약 21%, 여성 약 14%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다. 대부분 전조 증상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첫 골절이 일어나기 전 고위험군을 미리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흔히 골밀도 검사 수치가 정상이면 안심하기 쉽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골밀도가 양호한데도 가벼운 충격에 뼈가 부러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는 뼈의 단단한 양만 측정하는 기존 검사 방식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뼈의 질적 저하까지 포괄적으로 잡아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피를 만드는 조혈 세포와 뼈를 형성하는 골조직이 골수라는 하나의 미세환경을 공유하며 긴밀히 소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혈액의 상태가 곧 뼈의 컨디션을 반영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착안이다.

연구팀이 이전 골절 병력이 없는 바이오뱅크 참여자 41만 8959명을 중앙값 13.2년간 장기 추적 분석한 결과, 추적 기간 총 1만 6466건의 골절이 발생했다. 분석 결과 적혈구분포 폭과 평균적 혈구용적이 높거나 빈혈이 있는 경우 골절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골밀도 자료가 있는 3만 6549명을 따로 정밀 분석한 결과에서도 혈액학적 이상과 골절 위험의 연관성은 골밀도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골밀도가 정상 범위라 하더라도 혈액 지표에 이상이 있으면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빅데이터로 뒷받침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고가의 장비나 복잡한 추가 검사 없이도 접근성이 좋은 기본 검사 결과를 골절 위험 평가에 참고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빈혈·만성 염증·혈소판 이상이 뼈의 형성과 흡수 균형에 관여한다는 생리학적 기전 역시 이런 임상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골대사학회(ASBMR) 2026 연례학술대회 구연 발표자로 선정됐으며, 우수 중견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중견 연구자 학술대회 참가 지원금'(Mid-Career Faculty Travel Grant) 수혜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하정훈 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 지표와 골절 위험은 골밀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독립적 요인임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정기 검진에서 지속적인 빈혈이나 적혈구분포 폭·평균적 혈구용적 이상이 있다면 골밀도가 정상이어도 뼈 건강과 낙상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혈액학적 지표와 골대사 간 상호작용의 생리학적 기전을 별도의 종설을 통해서도 이미 정리한 바 있다. 하 교수와 조이 우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은 대한내분비학회의 국제학술지 '내분비학 및 대사'(Endocrinology and Metabolism·EnM)에 지난해 게재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