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고치러 서울로…지방환자 '원정 진료' 연 97.2만명, 1.75조 쓴다

진료비 차이 1조 3416억원…교통·숙박 등 비용도 4063억원
지방 국립대병원 병상당 의사 수 '빅5'의 60% 수준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비수도권 환자가 지역 국립대병원 대신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으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순비용이 연간 1조 74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 거점인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 거주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환자의 서울 상급종합병원 이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순비용은 연간 약 1조 7480억원으로 추산됐다. 분석에는 2023년 1~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관별 진료실적 청구자료가 활용됐다.

항목별로는 진료비 격차에 따른 보건의료체계 비용이 1조 3416억원으로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교통비·숙박비 등 비의료적 비용은 4063억 원이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환자는 입원이 14만6552명, 외래가 82만5878명으로 총 97만2430명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경상권에서 입원 5만 9897명과 외래 32만 2151명으로 집계됐다. 충청권은 입원 4만 7201명과 외래 29만 1802명으로 나타났다. 전라권은 입원 3만 3241명과 외래 18만 1104명이고 제주권은 입원 6213명과 외래 3만 821명이었다.

지역별 상급종합병원 관내 의료이용률에도 차이가 있었다. 서울은 95.53%였지만 전남은 25.39%와 충북은 42.83%에 그쳤다. 부산은 70.63%와 인천은 73.8%였다. 대구는 90%로 나타났다.

분석자료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경북과 제주의 관내 이용률은 0%로 집계됐다.

지역 거점 역할을 맡는 지방 국립대병원은 대형병원과 비교해 인력 규모가 작았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평균 병상 수는 922.3개와 의사 수는 331.2명으로 이른바 '빅5' 병원의 각각 43.7%와 26% 수준이었다.

병원 규모를 고려한 병상당 의사 수도 지방 국립대병원은 0.36명으로 빅5 병원 0.6명의 60%에 머물렀다.

특수의료장비의 노후화율도 높았다. 사용기간이 10년 이상인 유방촬영기 비율은 국립대병원이 37.1%로 빅5 병원 4.3%포인트(p)보다 높았다. CT도 국립대병원은 33.3%와 빅5 병원은 22.6%로 차이를 보였다.

허 의원은 "지방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오느라 연간 1조 7000억 원이 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을 계기로, 국립대병원의 기능을 필수의료 중심으로 재정렬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확보와 장비 현대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립대학병원의 소관 부처는 지난 8월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됐다. 이번 조치는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 집중 육성해 지역 및 필수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됐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