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 외치며 예산은 2.9% 삭감…사후 대응·인프라에 쏠려

예방 예산 65억…전체 예산 769억 중 비중 8.5% 그쳐
인건비 증액·기관 운영·심리치료에 528억…위기가정 조기지원은 3억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대응을 강화하겠다면서도 내년도 예방 예산은 오히려 2.9%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늘었지만, 피해 발생 이후 보호와 사례관리, 기관 운영에 재정이 집중되면서 예방사업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간 예산을 늘려도 재학대율 개선은 더뎠고, 신고 이후 학대로 판단되지 않은 위기가정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도 소규모에 머물렀다.

부모 교육·상담과 양육 지원 등 가정의 위험요인을 미리 줄이는 데 투자를 늘려 예산 확대가 학대 발생 자체를 막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방 예산 1억 9400만원↓…기관 운영·심리치료에 528억원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도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사업 중 예방사업 예산은 65억 1800만 원으로 올해(67억 1200만 원)보다 1억 9400만 원(2.9%) 감소했다.

반면 전체 사업 예산은 769억 200만 원으로 올해 738억 7500만 원보다 30억 2700만 원(4.1%) 증가했다.

전체 사업에서 예방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9.1%에서 내년 8.5%로 0.6%포인트(p) 낮아졌다. 복지부는 다른 세부사업에서 이관한 예산을 포함해 동일 기준으로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예방 분야에서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구축·통합정보시스템 예산이 내년 16억 4200만 원으로 올해(19억 4300만 원)보다 3억 100만 원 줄었다. 위기아동 발굴과 학대 신고·조사 업무를 뒷받침하는 예산이다.

전체 사업의 인건비는 49억 3000만 원 늘었다. 전체 사업 예산 순증액 30억 2700만 원보다 인건비 증가분이 더 컸다. 인력 확충을 통한 현장 대응 보강에는 재정을 늘렸지만, 학대 위험을 낮추는 예방 기능에는 오히려 예산을 줄인 셈이다.

내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신규 설치에는 513억 8700만 원, 거점심리치료센터 운영에는 13억 8600만 원을 편성됐다. 피해아동 사례관리와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두 사업에만 527억 7300만 원으로, 전체 예산의 68.6%가 투입된다.

피해아동 보호와 회복은 필수적이지만, 피해 발생 뒤 대응에 치우친 예산 구조로는 학대 자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기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사업 예산은 2024년 485억 6500만 원으로 2022년(381억 2800만 원)보다 27.4% 늘었지만, 전체 학대 사례 중 재학대 비율은 같은 기간 16.0%에서 15.9%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예정처는 사후 대응과 인프라 유지에 재정이 집중되면서 학대 발생 이전의 예방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교육도 고위험 가정을 선별해 직접 개입하는 체계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봤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피해를 회복시키고 아동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며 "발생한 이후 사후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 중요한데, 그 예산을 깎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 제공)
위기가정 조기지원은 올해 3억 원…가정당 지원액도 50만원대

학대 위험이 있는 가정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 역시 규모가 제한적이다.

올해 '아동학대 예방·조기지원 시범사업' 예산은 국비 1억 5000만 원과 지방비 1억 5000만 원을 합쳐 총 3억 원으로, 지원 목표는 600가정이다.

이 사업은 신고 접수 뒤 학대 여부 판단 전 긴급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의료비·돌봄비·생필품 등을 제공한다. 조사 결과 학대로 판단되지 않은 가정이나 위기 징후가 포착된 아동에게도 부모 교육과 양육 상담 등을 연계한다.

그러나 국비는 연간 1억 5000만 원에 그친다. 예정처에 따르면 2024~2025년 가정당 평균 지원액도 약 51만~53만 원 수준이었다. 긴급 생계와 돌봄 지원부터 부모 교육, 가족관계 회복까지 포괄하는 사업 취지를 고려하면 지원 수준을 현실화하고 참여 지방자치단체를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신고에 기반한 통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학대를 포착하기 어렵다며, 학대 판단 기준에 이르지 않은 경미 사례와 신고되지 않은 사례에도 예방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성균관대 교수는 "예방에는 여러 차원이 있고, 아직 신고 체계에 들어오지 않은 취약가정의 원가족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처음 신고가 들어온 가정을 지원할 예산을 확보했느냐가 예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조기지원을 이미 피해를 확인한 아동의 재학대 방지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학대로 판단되지 않은 사례들이 다시 신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중 학대에 취약한 가정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양육을 지원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 대표는 "예방 캠페인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부모에게 양육 기술이나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모 교육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며 "가정의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예방에 힘써야 하고, 부모에게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하고 잘못했을 때 훈육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다 힘들어도 부모들이 어디 가서 얘기할 곳이 없어 주변의 비전문가에게 주먹구구식으로 조언을 구한다"며 "부모 교육에 예산을 투입하고, 교육할 강사와 부모가 양육의 어려움을 상담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체 사업에서 인건비를 49억 3000만 원 늘렸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운영 지원에 주로 반영했다"며 "특화쉼터 지원 예산도 증액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