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 2년 이상 금연하면 우울증 위험 60%↓
환자의 금연 지속과 정신건강 공동 연구
금연 상담 때 정신건강도 함께 관리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2년 이상 금연을 이어가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증 COPD 환자에게서는 장기 금연에 따른 우울증 발생 위험이 약 60% 감소했다.
CODP는 흡연 등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고 폐포가 손상되면서 공기 흐름이 지속해서 제한되는 만성 호흡기질환이다. 초기에는 기침과 가래, 운동 시 호흡곤란이 나타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일상생활에서도 숨이 차고 급성 악화를 반복해 입원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신현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3년부터 2014년 사이 새롭게 COPD를 진단받은 성인 5671명을 8~9년 추적 관찰해 이같이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총 603명에게서 우울증이 새롭게 발생한 점을 확인했다. 우울증 발생은 병원 기록을 통해 우울에 해당하는 진단 상병(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와 상병코드 적용)과 항우울제 처방이 동시에 이뤄진 경우를 정의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COPD 진단 전후 흡연 패턴에 △계속 흡연군(진단 전후 지속해서 흡연) △단기 금연군 (진단 후 금연 기간 2년 미만) △장기 금연군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 유지) △비흡연군 등 4개 그룹으로 구분해 비교했다.
그 결과, 진단 후 2년 이상 금연을 지속한 장기 금연군은 계속 흡연군보다 우울증이 새로 생길 위험이 34% 감소했다. 장기 금연군은 579명 중 35명에게서 우울증이 발생한 반면 계속 흡연군은 1,138명 중 114명에게서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우울증 발생 위험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오직 2년 이상 금연을 지속한 장기 금연군에서만 나타났다. 금연 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은 단기 금연군은 물론 애초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비흡연 군조차 계속 흡연군과 비교해 우울증 위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충분히 오래 금연을 지속하는 행위'가 정신건강 보호의 핵심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금연 시도만으로는 효과가 없고, 최소 2년 이상 꾸준히 유지해야 정신건강 측면에서 이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효과는 중증 COPD 환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증 COPD 환자 중에서는 장기 금연군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계속 흡연군보다 약 60% 낮았다. 이는 여러 분석에서 각각 남성, 65세 미만, 동반 질환이 적은 경우, 소득수준이 높은 경우, 비만하지 않은 경우에 유의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담배 속 니코틴이 뇌의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교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체계를 자극해 기분을 불안정하게 하므로, 오랜 기간 금연을 유지하면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회복되고 몸속 염증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COPD 진단은 환자에게 생활 습관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금연을 시도하는 것을 넘어 꾸준히 지속하는 게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 금연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점으로 비추어, COPD 환자 치료에서 금연 상담과 동시에 정신건강 케어를 병행하는 데에 의학적 근거로 본 연구가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호흡기 의학'(Respiratory Medicine)에 게재됐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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