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비상등…내년 보험료율 동결이냐 인상이냐
지속가능성 과제…'덜 쓰고 더 걷는' 방향 불가피
건보료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도 중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올해 3년 만에 인상됐던 건강보험료율이 2년 연속 오를지 주목된다.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전환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보험료 인상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그만큼의 가치를 돌려줄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8일 회의에서 내년도 건보료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건정심은 내년도 건보료율과 관련돼 △동결 △0.5% 인상 △1~2% 미만 인상 △2% 이상 인상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건보 재정은 적자 전환과 지출 증가라는 위기에 놓였다. 복지부는 2024년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세울 때 올해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된다고 예견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도 올해 당기수지 적자로 돌아선 뒤 적자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4~2033년 중기재정 전망'에서 건보 재정수지가 2026년 5000억 원 적자를 시작으로 계속 커져, 2031년 건보 적립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누적 적자는 2032년 20조 원, 2033년 28조 원으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노인 의료비 증가 속도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건보 진료비가 전체의 44.8%를 차지한 가운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주한 연구 결과를 보면 2030년 53.1%, 2040년 63.9%, 2050년 70.2%로 폭증할 예정이다. 반면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감소세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건보료율은 2024년과 2025년 동결됐다가 2026년도분에 다시 1.48% 인상한 7.18%로 결정된 바 있다. 대개 8월에 다음 연도 건보료율을 정하는데,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건정심 회의에서 내년 보험료율을 결정한다고 공지했으나 연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1에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부터 확정하기 위해 논의를 미뤘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정심 안팎에서는 정부가 국정 지지율 하락 상황 등으로 눈치를 봤다거나, 반도체 호황을 감안해 굳이 보험료를 올려야 하느냐는 윗선 의견을 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도 건보료율을 동결하거나 1% 미만으로 낮게 인상하면, 보장성 약화와 향후 인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2030년 법정 준비금 1.5개월분 유지를 위해서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2% 이상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고물가·경기침체 속 가입자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부는 '덜 쓰고 더 걷지 않는 한, 건강보험은 지속될 수 없다'는 상황과 함께 국민 의료비를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치를 각각 밝혀야 한다.
홍석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은 "2024년 제2차 종합계획은 역사상 처음으로 목표 보장률을 제시하지 않았고, 올해 시행계획도 마찬가지"라면서 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은 10년째 제자리를 맴돌며 실손보험이 공적 공백을 메우는 실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국장은 "희귀 난치질환 등 개별 항목의 보장 확대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개별 항목의 확대가 곧 보장성 정책은 아니다"라며 "어느 수준까지, 언제까지, 어떤 지표로 측정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출 것인가에 대한 공적 약속이 제시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선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에 13조 8000억 원의 국고를 투입한다. 올해보다 1조 7000억 원 많으며 건보 국고 지원율은 14.4%가 된다. 다만 여전히 법정 의무 20%에는 모자란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법에 명시된 20% 이행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 대책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면 조세 부담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재정 투입 확대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건강보험 지출 누수, 불필요한 과잉 진료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부 등은 이 대통령과 국민에 △비정상·가짜진료 근절 등 꼼꼼한 지출 관리 △건전한 의료이용 문화 확산 등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더해 '낸 만큼 충분한 가치를 돌려주는 제도'라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정재훈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장적 의료 정책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 유지하고 버틸 준비를 해야 한다"며 "돈을 낼 가치가 있고,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인식을 드려야 더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또 "건강보험 장기 추세는 이미 결론이 나와 있다. 우리는 조금 망했다"면서 "덜 쓰고 더 걷지 않으면 이 제도는 버티지 못한다. 너무 비싼 서비스, 필요 없는 서비스는 정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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