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환자, 중환자실까지 6.7시간…"팬데믹 또 오면 속수무책"
학계 "가용 병상·인력·장비 파악해야"…국가 관리 요청
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 중환자분야 지원책 본격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코로나19 유행 당시 부족했던 중환자 병상과 인력 등을 의료진의 희생으로 메운 바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팬데믹 대비를 위해선 병상만 늘릴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국가가 파악,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빠르게 포화했던 중환자실이나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받기 어려웠던 상황 등 코로나19 대응 경험은 중환자 의료체계가 개별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책임져야 할 '필수의료 인프라'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중환자의학은 중증 질환으로 생명이 위독하거나 위험한 수술 등으로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를 24시간 관리하는 전문 분야다. 다만 대한중환자의학회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주영 개혁신당 의원과 최근 개최한 토론회 발표를 보면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학회는 패혈증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와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데에 평균 6.7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골든타임인 3시간 이내 이송되는 비율은 7%에 그친다. 응급실 미수용은 하루 평균 7.8건에 달했고 65세 이상 고령층 10만 명당 병상은 9년 새 127.6개에서 104개로 줄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평균 연령은 71세며 80세 이상도 35.3%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중환자 관리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추세를 감안하면 2030년 중환자 병상 점유율은 102.7%에 이른다는 게 학회 전망이다. 팬데믹은커녕 평시 수요만으로도 중환자 병상은 부족하다는 취지다.
병상과 격리시설, 장비·인력 역시 수도권과 대형병원에 집중돼 있다. 특히 사용할 수 있는 병상·장비와 병원들의 치료 가능 수준은 일일이 연락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렵고 전국 종합병원의 62.5%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와 학회는 '중환자실 진료정보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등록된 병상은 전국 중환자실 병상의 10%도 되지 않는다. 학회의 홍석경 부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지금 형태로는 다음 감염병 유행 때 활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부회장은 병상수를 세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국가가 병상·인력·장비의 실제 가용성과 치료 결과를 데이터로 파악하는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 학회 간 역할 재정립, 병원 역량에 대한 보상책, 현장 부담을 최소화할 자동연동 시스템 개발 등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의료자원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중환자를 많이 진료할수록 더 보상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환자실 보상 체계는 인력과 시설 등 구조 지표 중심으로 이뤄져, 중증·고난도 환자 비율에 따른 업무 부하 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된 중환자실 운영 성과 등을 토대로 진료량과 중증·소아 환자 비율을 반영한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올 하반기 도입한다. 800억 원의 성과 보상 계획이 마련된 가운데 중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년부터 전국 단위의 모니터링과 관리를 위해 중환자실 진료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2030년까지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역 거점 종합병원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중환자 이송·치료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국가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최근 신설된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을 토대로 관리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백경순 복지부 필수의료정책과장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제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면서 "사업 연속성을 강화하며, 지속해서 예산을 확보해 안정화를 돕겠다"고 부연했다.
소아응급의학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본인이 중환자 병상 부족을 경험한 바 있었다며 넥스트 팬데믹 대응의 중요성 등을 역설했다. 이 의원은 "의료진 등에 과도한 책임이 지워지지 않고, 국가가 의료자원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국회도 함께 힘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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