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마트형' 약국 이름 못 쓰게 되나…약사법 국회 통과할까

약국 명칭 제한 개정안 26일 본회의 상정 전망
기존 약국도 6개월 안에 변경…사실상 소급 적용

지난 20일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약국 이름에 '창고형'이나 '마트형'처럼 의약품의 대량 구매를 유도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새로 문을 여는 약국뿐만 아니라 이미 해당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약국도 일정 기간 안에 이름을 바꿔야 한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 예정이다. 약국 명칭 제한 근거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약국 개설자가 소비자나 환자의 의약품 남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약국 고유 명칭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업체나 의약품 도매상의 영업소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특정 의약품이나 특정 질병 관련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나타내거나 암시하는 표현도 제한 대상이다.

의료기관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명칭이나 약국에서 1㎞ 이내에 있는 의료기관과 같은 명칭을 사용해 해당 의료기관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표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에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등장한 뒤 비슷한 형태의 대형 약국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추진됐다.

창고형 약국은 넓은 매장에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대량으로 진열하고 소비자가 쇼핑하듯 제품을 골라 구매하는 형태를 말한다. 약사법상 별도로 정의된 약국 유형은 아니다.

기존 동네 약국보다 다양한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반면 약사계에서는 의약품이 일반 공산품처럼 인식되면서 필요 이상의 구매와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복지부도 지난해부터 '창고형', '공장형', '약국 성지' 등 소비자를 오인시키거나 과도하게 유인할 수 있는 약국 명칭과 표시·광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다만 국민의 영업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규칙만으로 도입하기에는 법률상 위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가 상위법인 약사법에 근거를 마련하는 절차에 나섰다.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창고', '마트', '공장' 등 개별 단어가 직접 명시되진 않았다. 법률에는 의약품 남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제한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표현과 판단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창고형', '마트형' 등 단어가 실제 금지 대상이 될지는 복지부의 하위법령 개정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팩토리'나 '스토어' 등 같은 의미를 지닌 외국어·외래어와 '할인', '특가' 등 가격 경쟁을 강조하는 표현을 어디까지 제한할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창고형 약국의 매장 규모나 의약품 진열 방식 등 영업 형태 자체를 제한하는 법안은 아니다. 금지된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창고형 방식으로 운영하는 약국은 이번 개정안만으로 제한하기 어렵다. 약국 명칭을 바꾸는 것만으로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기존 약국의 영업상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메가'나 '대형', '마트'처럼 이미 여러 약국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표현까지 금지 대상에 포함할 경우 규제 기준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날부터 시행된다. 시행 당시 금지 대상에 해당하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약국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 동안만 기존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유예기간이 지나면 법 시행 전부터 사용해 온 명칭이라도 계속 사용할 수 없다. 해당 약국들은 간판과 옥외광고물은 물론 온라인 지도와 홈페이지 등에 등록된 상호도 변경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26일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되면 정부 이송과 대통령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