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만 목 안 말라" 위험신호…땀 적게 나는 고령층, 폭염 더 위험
온열질환자 3분의 1이 65세 이상…땀 배출·혈관 확장 기능 떨어져
탈수 진행돼도 갈증 인지 못해…열사병 악화돼 뇌손상까지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환자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고령자는 땀 배출과 혈관 확장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탈수가 진행돼도 갈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열사병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3일 질병관리청의 '2026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1889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607명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80세 이상 환자만 208명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306명, 40대 266명, 30대 263명, 70대 223명, 80세 이상 208명 순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신체가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열경련과 열탈진 그리고 열사병으로 나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체온이 오르면 땀이 나고 피부 혈관이 넓어지면서 열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고령자는 땀샘 기능이 약해져 땀 분비량이 줄고 땀이 나기 시작하는 온도도 높아진다. 혈관 반응성도 떨어져 열을 배출하기 위한 혈관 확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갈증을 감지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몸속 수분이 상당히 부족해져도 이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뇌에서 체온을 감지하고 조절 명령을 내리는 시상하부 기능까지 둔해져 더위에 노출되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할 위험이 있다.
온열질환 가운데 가장 위험한 열사병은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는 응급질환이다. 초기에는 평소보다 쉽게 지치거나 기운이 떨어지고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상태가 악화하면 피부가 뜨겁고 붉어지지만 땀은 거의 나지 않는다. 심박수가 분당 120회 이상으로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호흡도 분당 20회 이상으로 빨라지면서 얕아진다. 고령자는 심장이 이런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심부전이나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열사병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뇌 손상이다. 체온이 42도를 넘으면 뇌세포가 직접 손상될 수 있다. 의식이 흐려지고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데 이어 의식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평소와 다른 행동도 위험 신호다.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지나치게 조용해질 수 있다.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거나 환각을 호소하고 횡설수설하기도 한다. 말이 어눌해지고 똑바로 걷지 못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에어컨이 있는 실내나 그늘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옷을 벗기고 목깃과 허리띠 등 몸을 조이는 부분도 풀어야 한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는 젖은 수건을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대고 선풍기나 부채로 바람을 쐬어 주는 것이 좋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온몸에 미지근한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환자를 얼음물에 담그거나 지나치게 차가운 물질을 몸에 대는 것은 피해야 한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열 배출을 방해하고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의식이 또렷하다면 물을 조금씩 마시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이 흐리거나 구토하는 환자에게 물을 먹이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으므로 절대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열사병 환자는 치료 후에도 뇌와 신장 심장 등에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성격이 변할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이런 증상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탈수와 혈압 저하로 신장이 손상되거나 심장 근육이 약해지고 부정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 가능한 외출을 피해야 한다. 외출이 필요하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을 이용하고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실내 온도는 에어컨을 이용해 26~28도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에어컨이 없다면 선풍기와 젖은 수건을 함께 사용하고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차단해야 한다.
갈증이 나기 전부터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밝은색의 헐렁하고 통기성이 좋은 옷을 입고 외출할 때는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고령자 스스로 더위에 강하다고 과신해서는 안 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폭염 때 고령자의 상태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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