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암이니 아프겠지?"…삶 위해선 암성 통증 관리 필수

암 환자 모든 통증 포괄…타는 듯 따가운 느낌 등
환자 개인맞춤치료…참지 말고 의료진에 털어놓자

암성 통증은 치료 과정에서 참아야 할 숙명이 아니라 반드시 관리해야 할 또 다른 치료 대상이 된다. 통증을 제대로 조절해야 단순히 '덜 아프게 사는 문제'를 넘어 치료를 지속하며 삶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암이니까 아픈 건 어쩔 수 없죠", "진통제를 쓰기 시작하면 나중엔 쓸 약이 없을까 봐 걱정돼요"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은 진료실에서 암 환자들을 마주할 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암성 통증은 치료 과정에서 참아야 할 숙명이 아니라 반드시 관리해야 할 또 다른 치료 대상이 된다. 통증을 제대로 조절해야 단순히 '덜 아프게 사는 문제'를 넘어 치료를 지속하며 삶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참고 견디는 게 미덕 아냐…방치하면 악순환

국내 암 경험자는 계속 늘고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전체 인구의 3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한 번 암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치료 성적도 좋아져, 암 생존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에게 통증이 동반된다. 더욱이 문제는 "암이니까 아픈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데 있다.

암성 통증은 암 환자의 모든 통증을 포괄한다. 암이 자라면서 주변 조직이나 신경을 누르는 통증, 뼈 전이로 인한 통증과 골절, 항암치료·방사선치료·수술 이후 남는 통증, 장기간 누워 지내며 생긴 근골격계 통증이나 디스크 악화, 면역 저하로 인한 감염과 염증, 우울감·불안감과 함께 증폭되는 통증 등이 있다. 암 치료가 끝난 뒤에도 통증이 남아 있다면, 이 역시 관리해야 한다.

김한가람 서울시보라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암성 통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암 자체, 치료 과정, 몸과 마음의 변화가 겹쳐 이뤄진다"며 "암이 신경을 직접 침범하면 신경병증성 통증이 나타나고 뼈로 전이되면 움직이지 않아도 깊은 통증이 지속된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정상 세포까지 영향을 미쳐 말초신경 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에게 '장갑을 낀 것처럼 둔하다', '자갈밭을 걷는 것 같다', '타는 듯 따갑다'는 표현이 나온다"며 "통증은 단순한 감각 문제가 아니다. 수면 부족, 우울감, 불안, 스트레스는 통증을 실제보다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또 통증을 참고 견디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통증을 방치하면 악순환이 시작된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통증은 수면 장애를 불러 피로가 쌓이게 된다. 통증으로 인해 식욕과 체력이 떨어지고 치료 내성도 저하된다. 혈압은 오르며 면역력은 떨어지고 호르몬 불균형이 뒤따르는 데다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통증을 조절하는 것은 '편안함'을 넘어 치료의 일부여야 한다.

치료 외 심리 사회적 지지도 절실, 교육도 선행돼야

다만 환자들은 "나중에 더 아플 텐데, 약을 아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통증은 초기에 적극 조절할수록 사용해야 할 약의 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통증을 오래 참으면 신경은 더 예민해지고, 만성 통증으로 굳어지기 쉽다. 일부 환자는 진통제 중독도 걱정하나, 암 환자에서 마약성 진통제 중독이 발생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의료진 관리하에 사용하면 된다.

박성욱 경희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치료는 환자 상태, 약물 부작용 등 개인별 고려돼야 할 요소가 있다"면서 "환자별 맞춤화된 치료계획을 바탕으로 약물 치료, 중재적 통증 치료, 방사선 치료, 심리 사회적 지지 등을 포괄한 다학제 접근이 필요하다. 통증 관리에 대한 보호자·환자 대상 교육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부터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점수 등으로 표현), 어떤 느낌인지, 언제 심해지고 나아지는지 등이 요구된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통증이 생겼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말해야 한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치료의 현실적 목표는 △밤에 잘 수 있을 것 △가만히 있을 때 통증이 없을 것 △가벼운 일상생활을 통증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치료의 출발점은 정확한 표현이다. 언제부터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점수 등으로 표현), 어떤 느낌인지, 언제 심해지고 나아지는지 등이 요구된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통증이 생겼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말해야 한다.

치료는 단순히 진통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통증 원인과 양상별로 약물 치료, 신경 차단술, 고주파 치료, 척수 자극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조합한다. 통증 패턴에 전략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항상 깔린 통증,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통증, 특정 행동에서만 생기는 통증은 각각 접근법이 다르다.

박 교수는 "통증에 따라 고용량의 진통제가 필요하다면 복합성분보다는 단일성분 진통제를 권하며, 충분히 증량해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통증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재평가 후에는 진통제를 바꾸거나 보조 진통제 투여, 중재적 통증 치료 등을 고려해야 한다. 중재적 통증 치료는 약물 치료와 병행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치료가 길어질수록, 통증 관리는 중요해진다. 통증이 줄면 수면이 회복되고, 식사할 수 있으며, 치료를 버틸 힘도 돌아온다. 의료진은 한목소리로 "아픔은 혼자 참는 문제가 아니며 의료진과 함께 조절해야 할 치료의 일부"라며 "통증이 있다면 꼭 말해달라. 의료진이 함께 고민하겠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