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줄기세포, 더 많은 돈 물론 산업화 기반과 규제혁신 절실"
[줄기세포 연간기획]⑤ 긴 호흡 접근, 산학연병은 뭉쳐야
성장 속도 빠른 분야…李대통령 "일단 돼 마인드로" 화답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16년간 한국에 온 외국인 환자가 누적 700만 명을 넘어선 시대에 연간 수만 명의 우리 국민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외국에 갑니다. K-줄기세포에 대한 최고의 투자는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산업화 기반과 규제 혁신입니다.(배병준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장)"
2000년대 초 줄기세포를 두고 세계 각국은 연구 경쟁을 벌였으며 한국은 '황우석 박사팀'을 필두로 출발이 빨랐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로 좌절한 사이 각국은 노벨상까지 받은 '역분화 줄기세포'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앞서갔다.
이제라도 산학연병(산업계·학계·연구계·병원)이 부지런히 협력하며 도전할 때라는 전문가들 조언이 터져 나온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른바 민간의 '데스밸리' 과정에 자본 등을 지원하는 한편 규제를 합리화해 산업계와 'K-줄기세포'를 함께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등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줄기세포 시장 규모는 2022년 137억 840만 달러(21조 1480억 원)에서 연평균 14.9%로 성장해 2030년 399억 3560만 달러(61조 3828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12.5%를 차지하며 중국, 일본 다음으로 점유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22년 3억 8810만 달러(약 5977억 원)에서 연평균 17.5%로 성장해 2030년 13억 3910만 달러(2조 585억 원)로 커질 게 관측된다.
줄기세포 치료를 둘러싼 관심, 강력한 연구 목표, 임상시험 증가는 시장 성장을 주도하나 관련 연구를 향한 한국의 공적 투자는 기초 연구에만 집중돼 있었다. 반면 일본은 2013년부터 10년간 재생의학 연구개발(R&D)에 1100억 엔(1조 600억 원·7억 6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일본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통해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모색함과 동시에 중대한 안전성 문제가 없고 효용성이 높다고 예측되면 조건부로 승인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 최초로 심장병, 파킨슨병 iPSC 치료제의 판매를 승인했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자 비율이 저조했으나 최근 국내 정부 기관은 연구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줄기세포 임상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3월 출범한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은 2030년까지 10년간 약 6000억 원의 R&D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2021~2022년 선정된 과제 중 10여 건이 임상 단계에 진입 또는 진행되고 있다. 정부 자금은 관절염 등 일반적인 만성질환에 더해 척수 손상같이 민간 투자 유입이 적은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에 할당돼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확대를 이끌고 있다.
결국 국내 R&D 역량 자체는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만큼, 줄기세포 사업화와 투자에 있어 '우물'을 파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단순 연구비나 펀드 규모를 늘리는 문제보다 투자가 들어올 수 있는 경로를 제도적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규제의 불확실성과 상업화 사례가 제한적이었던 게 투자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일본의 조건부 승인이나 미국의 RMAT(첨단재생의학치료제) 지정을 통한 신속 심사는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오 센터장은 "지난 3월 iPSC를 통한 파킨슨, 중증심부전 치료제의 일본 허가와 6월 세포 역노화(리프로그래밍) 기술의 세계 최초 임상 개시 등 관심이 커진 지금 우리 정부와 업계도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병준 사단법인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CARM) 회장(현대바이오사이언스 사장)도 "최고의 투자는 규제 선진화"라며 "안전성, 제조품질, 윤리심의, 장기추적관리 등이 확보된 영역에서는 국내 환자들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 치료제가 없는 중증·희귀·난치 질환에서는 임상 연구만을 허가 등의 유일한 관문으로 삼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각종 연구와 자료 분석을 단절하지 않은 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와 보건복지부 등의 건강보험 급여 판단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배 회장 제언이다.
배 회장은 "자금 지원도 단순 초기 연구보다 임상시험 진입 등 민간 투자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구간을 메워주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산업의 핵심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연구에서 치료, 상용화로 이어지는 예측 가능한 산업화 과정 설계에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이런 산업계와 학계 의견을 받아들여 산업 성장을 저해했던 '거미줄 규제'를 걷어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주재해 "무조건 '일단 안 돼'라고 할 게 아니라 '일단 돼'라는 쪽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중대·희귀·난치 질환에만 한정했던 줄기세포 치료를 만성통증·근골격계 등으로 확대하고 질환별 개별 판단이 가능하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해외 임상연구가 충분하면 국내 추가 연구 없이 치료 심의가 이뤄지게끔 제도도 정비했다.
이에 대해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를 이끌며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 중인 김남철 대표이사는 "한국은 항노화 등 첨단재생의료 분야에 전 세계 리더가 될 조건을 갖췄다. 줄기세포는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다만 장기적이고 긴 호흡의 투자가 중요하다. R&D와 산업 등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기업, 병원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거시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R&D와 투자 등에 대한 규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