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연구에 평생 바친 함정희 박사…5명에 새 생명 선물하고 영면

간, 신장, 안구 기증…뼈·혈관 등 조직도 기증해 100명 장애 회복 기여
60대 후반 박사학위 취득…30년간 콩 연구해 '대통령 표창'

지난해 8월 뇌사 장기기증으로 환자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故) 함정희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60대 후반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평생 연구와 도전을 이어 온 콩 연구자가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8월 20일 전북대병원에서 함정희 씨(71)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고 29일 밝혔다.

함 씨는 지난해 8월 14일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함 씨는 가족의 동의로 간과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5명에게 기증했고, 뼈와 혈관 등 인체 조직도 함께 나눴다. 조직 기증은 환자 100여 명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함 씨는 생전 장기기증에 대한 뜻을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가족들은 평소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나눔을 실천해 온 고인의 뜻을 헤아려 기증을 결정했다.

유족에 따르면 함 씨는 평생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보건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학문적 결실을 이뤘다.

이후 고인은 30년가량 국산 콩 연구·가공 사업을 이어갔다.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고 농업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함 씨가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가까워진 지금, 가족들은 고인의 숭고한 생명나눔을 가슴에만 묻어두기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어 뒤늦게나마 고인의 삶과 나눔 정신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함 씨의 아들 박승우 씨는 "삶의 모든 순간이 일뿐이었던 어머니가 이제라도 온전한 휴식을 누리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오랜 세월 고인과 친남매처럼 지낸 지인 류병덕 씨도 "언젠가 다시 만나 서로의 삶과 연구를 이야기할 그날까지 누님의 뜻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해 주신 함정희 님과 그 뜻을 아름답게 이어주신 유가족분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라며 "생명나눔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6년 573명으로 최고치 도달 후 10년 만인 2025년 370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이식 대기자는 2020년 4만 3182명에서 2024년 5만 4789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의 평균 기간은 4년으로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20년 2091명에서 지난해 3096명으로 증가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