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병증 진단 위해 떠도는 일 끝날까…희귀질환 패러다임 전환

실제 환자, 집계치보다 10배 더 많을 듯…돌연사까지 우려
유전 영향 커…숨은 환자 발굴로 치료·관리까지 개선 기대

질병관리청이 희귀질환 진단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며 '진단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특히 비대성 심근병증 등 유전적 영향이 크지만, 진단율이 저조했던 질환들이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과 결합해 환자들의 '진단 방랑'을 끝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질병관리청이 희귀질환 진단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며 '진단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특히 비대성 심근병증 등 유전적 영향이 크지만, 진단율이 저조했던 질환들이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과 결합해 환자들의 '진단 방랑'을 끝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희귀질환 지원 사업으로 63명 '진단 방랑'서 벗어나

질병청은 국내 희귀질환 진단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환자와 그 가족이 비용 부담 없이 조기 진단과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810명이 검사를 지원받았고 이 중 285명(35.2%)이 희귀질환으로 진단됐다.

이들 가운데 10년 넘게 병 이름조차 알 수 없었던 63명의 환자가 처음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으며 '진단 방랑'을 끝냈다. 진단 방랑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정확한 병명을 모른 채 수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고통을 겪는 현상을 일컫는다.

질병청은 올해 1150명을 지원하며, 가족 검사와 진단 이후 필요한 후속 검사 지원을 강화해 보다 정밀하고 신속한 진단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거나 진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새 희귀질환의 발견을 앞당길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진단 검사법 개발…환자 가족 검사까지 지원해 위험 관리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희귀 심장질환인 비대성 심근병증은 전체 환자의 약 60%에서 가족력이 확인될 만큼 유전적 영향이 크지만, 그동안 85%의 환자가 미진단 상태로 추정되고 있었다.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으로써 심장을 뻣뻣하게 만들어 혈액을 충분히 채우거나 뿜어내지 못하게 하며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진단된 환자 수는 약 2만 3000여명인데 10만~25만 명의 잠재적 환자가 더 있다고 추정된다.

무증상부터 돌연사까지 증상의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질환을 빨리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고 알려졌다. 일상의 가벼운 활동 중 호흡곤란, 흉통 등의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단순한 컨디션 문제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증상만으로는 인지하기 쉽지 않아 조기 진단을 위한 검사 접근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심초음파 및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진단할 수 있으며 유전자 검사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심장 두께를 확인해 진단할 수 있는 심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 적용돼 진단율이 점차 오르고 있다. 이에 더해 유전성 질환 의심 환자일 경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를 1회에 한해 건강보험 선별 급여로도 적용받을 수 있다.

질환 관련 유전자 변이 여부를 보다 쉽고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다방면으로 마련됨에 따라 2021년 1만 9925명이던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수는 2024년 2만 3443명으로 3년 새 3500명 이상 늘며 증가세를 기록했다.

최근 유전성 심근병증의 원인 인자까지 추가 발굴돼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환자의 유전자와 세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연구로 숨겨진 위험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들의 세포 수준 특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심근병증 발병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 상당수가 기능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임상적 의미 불명 변이'로 남아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에 연구원이 새 분석 기법을 적용한 결과 심장 질환에 밀접한 영향을 미칠 144개의 주요 유전자를 확인하게 됐다.

이번 질병청 사업에서도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음성 또는 미결정으로 나오더라도 연구원과 협력해 재분석을 추진함으로써 기존에 미확인됐던 유전 변이의 추가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질환이 확인되면 부모, 형제 등 가족 검사까지 지원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한편, 질병청이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벌인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와 가족의 긍정 응답률은 95%, 의료진은 94%로 나타나 희귀질환 진단 지원 사업에 대한 체감도와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