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고위험산모 가족은 삼신할머니께 빌어야 하나

구교운 바이오부 팀장
구교운 바이오부 팀장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3월 1일 새벽, 28주 쌍둥이를 임신한 대구의 한 산모가 극심한 진통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출발했고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대구 지역 병원 10여 곳이 수용을 거절했다.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없거나 인공호흡기가 포화 상태거나 당직 전문의가 없었다. 구급대가 내린 결론은 경기 성남의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산모는 진통 속에 고속도로를 달렸다. 결국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고 다른 한 아이는 뇌손상을 입었다.

같은 달 25일 대구 동구의 또 다른 산모가 17개 의료기관에서 수용을 거절당한 끝에 충남 아산까지 이송됐다. 신고 접수부터 병원 도착까지 3시간이 넘었다. 한 달 사이 같은 일이 두 번 벌어졌다.

두 사건 모두에서 보건복지부 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모자의료전원전담팀은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청은 지난해 10월 광역상황실과의 공동대응 체계를 해제했다. '단계를 거칠수록 시간이 지연된다'는 이유였다. 지연을 줄이기 위해 체계를 걷어냈다는 논리다.

하지만 나아진 건 없었다. 대구의 119 이송환자 중 현장 체류시간이 30분을 넘긴 비율은 2024년 5.73%에서 2025년 9.36%로 1년 새 3.63%P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같은 기간 서울은 0.97%P, 부산은 0.38%P였다. 지연을 줄이겠다며 체계를 해제했는데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악화했다.

더 주목할 것은 해제 이전 실적이다. 공동대응 체계가 살아 있던 시절에도 대구·경북 광역상황실 활용 실적은 2024년 36건 의뢰에 2건 선정, 2025년 63건 의뢰에 12건 선정에 그쳤다. 올해 1~2월 의뢰 건수는 0건이었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레벨 1이라도 따로 광역상황실에 연락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다 해결한다"고 말했다.

소방청이 체계를 해제하기 전부터 대구소방은 광역상황실을 사실상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관행적으로 쓰지 않던 체계를 소방청이 공식적으로 폐기한 것에 가깝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구급대원은 지침대로 병원을 찾았고, 상황실 요원은 자체 시스템으로 처리했고, 병원은 실제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했다. 문제는 그 역할이 맞물리지 않는 구조에 있다.

근본적으론 지역마다 고위험 산모를 처치할 수 있는 의료진과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적인 상태는 지금 없고 단기간에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현실이 바뀌는 동안 필요한 것은 부족한 인프라를 연결해 주는 체계다. 어디에 병상이 있는지, 어디에 전문의가 있는지 빠르게 파악해 환자를 연결해 주는 광역 조정 기능이다. 대구는 그마저 사실상 멈춰 있다.

현 체계 안에서 고위험 산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제때 병원에 닿으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체계가 아니라 운을 바라야 한다면 부모들은 삼신할머니한테 아이가 무사하길 바라는 기도라도 올려야 하는 것인가.

지난 1일에도 충북 청주에서 29주 임산부가 응급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장거리 이송 끝에 아이를 잃었다. 정부가 실시간 병상 공유, 119 연계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제의 핵심이 연결되지 않는 체계에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 공백은 소방청과 복지부 사이에 있다. 복지부의 모자의료전원전담팀은 처음부터 병원 간 전원을 위한 체계로 설계됐고 119 현장과 연결되는 구조가 없었다. 소방청과 복지부는 각자의 체계를 운영하면서 그 접합부를 누가 책임지는지 정하지 않았다. 그 접합부에서 쌍둥이 산모는 진통 속에 고속도로를 달렸다.

어린이날 전날, 쌍둥이 손주 중 한 명을 잃은 할머니에게서 메일이 왔다. 살아남은 손주는 아직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다고 했다.

"우리 손주가 친구들과 똑같이 야구하고 축구하고 춤추면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까요."

응급의료 체계는 결국 이 질문 앞에서 평가받는다. 가장 절박한 순간 실제로 작동했는지.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