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가 아토피 하나 못 봐?"…SNL 풍자보다 더한 현실, 대책은
국내 피부과 전문의 2950명인데, 피부 진료 표방 3만여 곳에 달해
건강보험 미청구 기관도 증가세…정부, 진료과 표기 제한 검토 중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간판에 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 지금 아토피(피부염) 하나 못 봐요? 그러고도 의사야?! 아토피도 못 보는 피부과가 어디 있어~?" (SNL코리아 시즌 8 스마일 클리닉, 아토피 환자(배우 정이랑))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스마일 클리닉'을 방문한 여성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 피부과 전문병원으로 가라"는 실장 안내를 듣고 분통을 터뜨린다. 환자를 마주한 의사는 "아토피는 진료 과목에 없다. 죄송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 시즌 8'에서 미용 시술만 하고 질환은 치료하지 않는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을 비꼬는 장면이다. 이는 쇼츠 영상으로 퍼지며 많은 이의 공감을 불렀다. "심각한 문제인데 개선되지 않는다", "저런 데는 피부과라는 간판 쓰면 안 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환자가 필요로 하는 질환 치료를 아예 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를 단 한 건도 청구하지 않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1974곳이다.
건강보험 미청구 의원급 기관은 2022년 1540곳, 2023년 1663곳, 2024년 1764곳, 2025년 1974곳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들 상당수가 건보 비급여인 피부 미용이나 성형 시술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보고 있다.
질환 진료가 이뤄지면 건강보험에 청구되는데, 해당 기록이 전혀 없다는 데에는 일반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셈이다. 청구가 없는 의원의 95%는 성형외과(692곳)와 일반의 의원(1185곳)이었다.
곳곳에서 일반 질환 진료를 하지 않는 의원이 늘어 환자 불편도 커지고 있다. 또 시술 부작용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피부과 전문의는 2950명인데 피부 진료를 표방하는 동네 의원은 3만여 곳에 달한다.
피부과 전문의 여부는 '간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피부과 전문의는 동네 의원을 열 때 '○○○피부과의원'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전문의가 아닌 의사는 '○○의원' '○○에스테틱' '○○스킨클리닉' 등과 함께 '진료 과목 피부과'를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동네 의원은 '진료 과목 피부과'에서 '진료 과목'을 매우 작게 표기하는 등 일반인이 오인하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 또 포털사이트에서 '피부과'로 검색했을 때 피부과 전문의와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동네 의원이 모두 검색돼 혼동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피부과의사회는 최근 "피부미용 시술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해부학적 지식이 필수적인 의료행위"라면서 포털사이트 검색 구조 혁신, 병의원 외부 간판 표기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일반의가 시술한 후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피부질환을 오진해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잖게 집계된다. 피부암을 점으로 오인해 레이저로 지져 없애려 하다가 피부암이 계속 자라나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사례도 있고, 레이저 시술 후 바이러스에 감염돼 피부염이 발생한 사례도 보고된다.
이를 두고 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선진국 사례처럼 의대 졸업 후 2~3년간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에게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는 '개원 면허제'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비전문의 의원의 외부 간판에 피부과 표기를 제한하거나 식별력을 높일 정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정부도 개선책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의료기관 명칭 표시판에서 진료 과목 표기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전문의가 아니면 간판에 진료 과목 표기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할 계획이며, 현재 의료계 의견을 듣고 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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