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종우 회장 "자살에 대해 말하고, 힘들 때 도움받을 수 있어야"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우리 사회 취약한 지점 보여주는 지표"
"자살자 1000명 감축 위해선 숨기지 않고 누구나 이 문제 얘기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자살 문제를 직면하는 일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자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누구나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사회가 돼야 자살이 줄어듭니다."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 4782명, 하루 평균 40.6명꼴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10대, 20대, 30대, 4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자살 사망자 1위는 50대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경우 10만 명당 사망률 1위가 자살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국자살예방협회장으로 취임한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일 협회에서 뉴스1을 만나 "자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여야 자살이 줄어든다"며 누구나 자살 예방에 동참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일부 전문가들 주도로 창립된 협회는 자살예방법 제정에 기여하며 다양한 교육과 학술 활동을 통해 자살 예방에 힘쓰고 있다. 백 회장 역시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 '보고듣고말하기'와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 자살 예방 전문가다.
그는 자살을 개인감정에 따른 일로 치부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 속도를 사회 안전망과 관계의 밀도로 받아낼 수 없었기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의미다. 대가족 사회에서 1인 가구로 대표되는 핵가족 사회로 바뀌었는데 이에 대응할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말이다.
공동체와 관계의 힘이 약해진 현실을 자살의 핵심 구조적 원인으로 본 그는 "자살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다"면서도 "경제적 문제가 지속되면 관계에 차질이 생기고 그러다 외로워져 우울증을 겪게 돼 자살에 이른다(경제적-관계-외로움-자살)"고 말했다.
28년간 그가 떠나보낸 환자는 14명이다. 그가 자살 예방 활동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경고 신호가 분명히 있었는데, 사람들이 알지 못해 놓쳤다는 점을 깨닫고 예방 교육을 만들기도 했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곁에서 얘기를 들으며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구조다.
그는 "자살 경고 신호를 '나쁜 행동'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몰아붙이는 말은 위기를 키울 수 있으며 더 깊이 고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위험을 분류한 뒤 조기 지원을 통해 '희망'에 연결하고 응급이라면 적기에 비자의 입원 등 적극적인 조치가 개입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10년 내 자살률 1위 오명을 떨쳐낸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에 나선 데에 대해선 "해외 각국에서도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한 나라들은 자살이 줄었다. 한국도 감소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호평했다.
특히 자살예방정책은 보편적 예방, 고위험군 예방, 표적 예방 등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보편적 보건복지서비스, 경제적 지원, 인식개선, 자살수단통제, 언론과의 협력 등은 중앙정부나 지자체만이 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올해 자살 사망자 1000명 감축을 목표로 응급실 자살 시도자 정보 입수·연계 개편,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확충 등의 과제를 추진 중이다. 협회도 △언론과 협력에 따른 사회적 인식 개선 △자살 예방 교육 향상 등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해외에선 한국의 자살 예방정책에 대해 '훌륭하다, 대단하다'고 치켜세운다. 다만 계획과 형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유족, 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을 촘촘히 관리할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대만은 자살 시도자를 발견한 의료기관·공무원 등은 고위험군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반드시 자살 예방센터에 통보해야 해, 등록률이 99%에 달한다. 자·타해 우려가 있다면 비자의 응급 입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자·타해 우려가 큰 경우에만 경찰이 의료기관으로 이송할뿐더러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공유되는 정보도 이름·연락처밖에 없다. 이마저 공유 동의율이 20%에 그치며 센터와 고위험군 간 초기 접촉이 문자로만 이뤄진다.
그는 "경찰·소방·응급실·지방자치단체가 모두 교육받고 핵심 정보를 기록하며,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치료와 지원을 책임 있게 연계해야 한다. 결과를 추적·관리하고 통계는 예방정책에 반영하면 된다"며 "대가족 사회를 대체할 공동체를 우리 모두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유가족의 증언과 사회 참여가 여론과 정책 변화를 이끈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상실의 경험을 드러내는 과정이 유가족이 고통에서 의미를 찾고 자살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편, 그는 누구나 자살 예방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예방의 출발점은 거창한 게 아니라 용기를 내 위험 신호를 알아채고 곁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일만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 프로필
△고려대의대 졸업 동대학 석·박사 △미국 듀크대 정신건강의학과 방문교수 △(전)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 △국회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정책연구소 소장 △경희대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주임 교수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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