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약물 운전 단속, 처벌 강화…"이 약 먹었다면 자제하자"

운전대 잡기 전 성분 확인해야…경찰 측정 거부 땐 징역 5년
의료계 "취지 공감하나 의학적 기준 불분명·환자 건강 우려"

오는 4월 2일부터 약물 복용 상태에서 운전하는, 이른바 '약물 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된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음주 운전과 유사한 수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는 4월 2일부터 약물 복용 상태에서 운전하는, 이른바 '약물 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된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음주 운전과 유사한 수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감기약이나 비염약 등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의약품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 널리 쓰이지만, 졸음 등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할 때 유의해야 한다. 이를 두고 약물 운전에 대한 의학적 기준이 확립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같은 약물군도 성분에 따라 천차만별…의학적 기준 명확화 요구도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에 따라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할 경우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상향된다.

경찰청은 "정상적으로 의사 처방을 받은 약을 복용했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할 수 없는 경우, 현실적으로 주의력이나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기계장치의 조작 방법 등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단속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경찰의 약물 측정 요구에 불응해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근 약물 운전에 따른 사고가 늘어나는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에도 약물 운전을 한 30대 여성이 서울 반포대교에서 추락사고를 낸 뒤 검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는 법 시행을 앞두고 '운전 주의 약물 리스트'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공식 지침 마련을 요청했다. 약사회는 운전할 때 주의가 필요한 약 성분 386개를 4단계로 자체 분류했다.

약사회는 해당 성분을 △단순주의(레벨 0~1) 3개 성분 △운전주의(레벨 1) 166개 성분 △운전위험(레벨 2) 199개 성분 △운전금지(레벨 3) 98개 성분 등으로 나뉘며 단계가 높을수록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 등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평가된다.

운전금지로 분류된 약물에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옥시코돈 등과 최면진정제인 미다졸람, 졸피뎀, 케타민 등이 포함됐다. 약사회는 "이번 리스트가 약국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체 자료로 정부가 정한 법적 기준이나 행정상 의무 규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항히스타민제도 동일한 약물군인데 성분마다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독실아민 등은 운전금지 약물로 분류됐다. 덱스브롬페니라민, 세티리진, 아젤라스틴 등은 운전위험 단계에 포함됐다.

항히스타민제는 일반적으로 1세대, 2세대, 3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는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해 중추신경계로 작용하는 특성으로 인해 졸음 등의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운전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2세대는 중추신경계로의 이동이 제한돼 졸음 부작용이 1세대 대비 감소했다. 3세대는 이를 더 개선한 성분으로 효과 발현은 빠른 반면 졸림 부담은 낮다고 알려졌다. 3세대는 혈액뇌장벽을 거의 통과하지 않아 졸음 유발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다.

대전동부경찰서(서장 정활채)는 25일 대전복합터미널 일원에서 약물 운전 예방을 위한 합동 캠페인을 실시했다. (대전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2.26 ⓒ 뉴스1 이동원 기자

약사회는 "복용 약물의 작용과 개인별 반응에는 차이가 있는 만큼 특정 약을 일률적으로 '운전 금지약'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졸림, 어지럼증, 시야 흐림, 집중력 저하 등 자각 증상이 있을 때 운전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며 "필요시 약사와 상담해 안전 여부를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의료계 일각에선 약물 운전 처벌 및 단속에 관한 기준이 의학적으로 모호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환자들의 정당한 치료권을 침해하고 또 다른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약물 복용 여부와 운전 능력 저하를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전날(27일)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처벌 강화에 겁을 먹은 환자들이 자의적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문제가 생길까 우려스럽다. 이 경우 도로 위에서 더 큰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업을 위해 운전해야 하는 환자가 단속을 피하려고 뇌전증·불안장애 약이나 통증 완화제 등의 복용을 중단하면 오히려 질환의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단순 복용 여부가 아니라, 운전 능력 상실을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법적 용량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사회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물 운전 근절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으나, 그 과정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환자 건강권, 도로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세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