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결핵 조기 발견해야 완치율 2.4배↑…전략 바뀌어야"
민진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등 공동연구
증상 중심 치료 아닌, 증상 무관 선별검사 중요해져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흔히 결핵은 심한 기침과 각혈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결핵 환자 3명 중 1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무증상 상태'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연구진이 무증상 결핵의 조기 발견이 환자 완치율을 2.4배 높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냈다.
서울성모병원은 민진수 호흡기내과 교수 등 연구팀이 최근 건강검진에서 조기 발견된 무증상 결핵 환자가 유증상 환자보다 유의미하게 우수한 치료 예후를 보인다는 사실을 대규모 연구로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는 증상 중심의 현행 세계보건기구(WHO) 결핵 선별검사 권고 기준을 재고해야 한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WHO는 그간 결핵 선별의 핵심 도구로 기침·발열·야간 발한·체중감소 등 4가지 증상 유무를 권고해 왔다.
그러나 지역사회 유병률 조사에서 결핵 환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무증상 결핵이 전 세계 결핵 전파의 약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증상 기반 선별만으로는 다수의 무증상 결핵 환자를 놓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WHO는 지난해 2월 '무증상 결핵 대응 협의회'를 별도로 개최하며 관련 정책 전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바로 그 정책 전환에 대한 근거를 실증 데이터로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WHO에 따르면 결핵은 여전히 심각한 감염병 부담을 유발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약 1080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유병률 조사에서는 결핵 환자의 약 절반가량이 기침·발열·야간 발한·체중감소 등 전형적인 증상 없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인 정기 건강검진이나 국가건강검진의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우연히 결핵을 진단받고 내원하는 이른바 '무증상 결핵(Asymptomatic tuberculosis)' 환자의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결핵균을 퍼뜨리는 조용한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으나 정작 이 무증상 환자들을 일찍 찾아 치료했을 때 환자 본인의 건강 회복에 얼마나 큰 이점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밝힌 연구는 부족했다.
민 교수팀은 성인 폐결핵 환자 1071명의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연구진은 진단받기 전 4주 동안 기침, 객담, 객혈, 호흡곤란, 흉통, 발열,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 야간 발한, 식욕 부진 등 10가지 결핵 관련 증상이 단 하나도 없는 환자를 '무증상 결핵'으로 엄격하게 분류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32.7%(350명)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무증상 결핵 환자였다. 이들은 기침이나 열이 나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 비해 체내 염증 수치(C-반응성 단백질 등)가 현저히 낮았고, 엑스레이상 폐에 구멍이 뚫리는 공동 병변이나 객담 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는 비율도 훨씬 낮았다. 즉, 질병이 심각해지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진단된 것이다.
아울러 이는 뚜렷한 치료 성과로 이어졌다. 약을 먹고 재발 없이 완치된 비율이 증상 결핵 환자는 76.4%에 그친 반면, 무증상 결핵 환자의 치료 성공율은 86.3%에 달했다.
특히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 비해,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무증상 결핵을 발견한 환자군은 성공적으로 완치될 확률이 약 2.4배 높았다. 또한 1년 이내에 치료를 완료하지 못할 위험도 유의미하게 낮아져 훨씬 안정적으로 결핵을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향후 무증상 결핵 관리 전략 및 조기 발견 정책을 검토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 교수는 "많은 분이 '아프지도 않은데 굳이 독한 결핵약을 먹어야 하느냐'고 묻지만 이번 연구는 증상이 없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게 환자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지원과제인 '결핵 코호트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유럽호흡기학회 공식 학술지인 ERJ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에 게재됐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