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부담금' 8년 먼저 시행한 영국…아동 비만·충치 싹 잡았다

기업들 '성분 재조정' 유도…음료 설탕 함량 47%↓
19개월만에 아동 비만율 8%·충치 입원 12% 감소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X(구 트위터)를 통해 첨가당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설탕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뉴스1 ⓒ News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부담금'(설탕세) 화두를 던지며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설탕부담금 제도를 통해 가당 음료의 설탕 함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4일 전 세계 설탕부담금 제도 시행 국가 110여 곳 중 영국을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로 꼽으며 이같이 소개했다.

사업단에 따르면 영국은 아동 비만율 급증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SDIL) 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영국은 4~5세 아동의 10%, 10~11세 아동의 20%가 비만이었다. 특히 저소득층 아동 비만율은 고소득층의 2~3배였다.

영국 정부는 아동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당뇨병, 심장병, 암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여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영국 국가회계감시원 집계 결과 비만 관련 질환 치료에 연간 국민건강보험 예산 51억 파운드(10조 원)가 투입됐다.

영국 정부는 세금을 걷는 것 자체가 아니라 기업이 설탕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성분 재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2016년 제도를 발표하고 시행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설정해 기업들이 제품 성분을 바꿀 시간을 부여했다.

또 설탕 함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티어'(tier) 시스템을 도입했다. 100ml 당 5~8g은 리터당 18펜스, 8g 이상은 24펜스를 부과했다. 사업단은 계단식 부과 구조가 기업들이 설탕 함량을 낮추는 강력한 동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제도 시행 후 8년간 부담금 대상 음료의 평균 설탕 함량은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 대상(100ml당 5g 미만)이던 음료의 65%가 설탕 함량을 낮춰 비과세 대상이 됐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청량음료의 89%가 비과세 기준(100ml당 5g 미만)을 충족한다.

같은 기간 음료 판매량은 13.5% 증가하는 등 제도 도입 당시 불거진 '산업 위축'도 나타나지 않았다. 제도 발표 이후 일시적 매출 감소가 있었으나 시행 후엔 회복세를 보였다고 한다.

사업단은 케임브리지대 연구를 인용해 제도 시행 후 19개월이 지난 뒤 만 10~11세 여아 비만율이 8%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또 18세 미만 아동의 충치 관련 발치 입원 건수가 제도 시행 후 12% 감소했다. 특히 0~4세 영유아는 28.6% 줄었다.

설탕부담금으로 걷은 재원은 초등학교 체육과 아침 급식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영국 정부는 부과 기준을 100ml당 5g에서 4.5g으로 낮추고, 기존 대상에서 제외됐던 가당 유음료를 대상에 포함하는 등 내용을 담은 부담금 제도 강화 방안을 지난해 11월 발표했으며 오는 2028년 1월 단계 적용할 예정이다.

사업단은 "영국의 사례는 설탕세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시장을 변화시키는 시장 친화적 건강 정책임을 보여준다"며 "청소년의 당류 섭취가 급증하면서 소아 및 청소년 비만이 심각해지는 지금 대한민국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한국형 설탕부담금'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