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췌장암 성장 막고 항암 면역 기능 높일 물질 발견"

'ULK1' 억제 시 암 성장 저해와 항암 면역 강화 동시 확인
정희선 박사 연구팀 "췌장암 정밀 치료법 개발 추진 기대"

정희선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과 박사.(국립암센터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췌장암 성장을 억제하면서 항암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새로운 물질이 발견됐다. 앞으로 췌장암 환자를 위한 정밀 치료법 개발에 활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제기된다.

국립암센터는 정희선 암전이연구과 박사 연구팀이 자가포식 단백질 'ULK1(Unc-51-like kinase 1)'이 췌장암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역할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췌장관선암(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PDAC)은 예후가 매우 불량하며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대표적 난치 암이다.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한 최악의 환경에서도 암세포가 버틸 수 있는 비결은 이른바 세포가 스스로 일부를 분해해 에너지로 활용하는 '자가포식(Autophagy)' 시스템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자가포식을 작동시키는 핵심이 바로 'ULK1'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해 이 ULK1 스위치를 끈 췌장암 마우스 모델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스위치가 꺼진 암세포는 에너지 재활용을 하지 못해 성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종양 주변의 면역 환경까지 완전히 뒤바뀌는 현상이 확인됐다.

기존에 암세포 주변에서 면역 세포의 활동을 방해하던 세력들은 약화하고, 오히려 암과 맞서 싸우는 항암 면역 세포들이 활성화된 것이다.

이 현상은 실제 췌장암 환자의 조직 분석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ULK1 활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췌장 내 항암 면역 세포 활성이 억제돼 있었으며, 이는 ULK1이 임상적으로도 중요한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ULK1을 억제하는 것은 암세포의 생존 신호를 차단하는 동시에 암 주위 면역체계를 재가동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ULK1 결손 췌장암 세포 모델과 이를 활용한 동종이식 마우스 모델, 그리고 췌장 특이적 ULK1 결손 유전자 변형 췌장암 마우스 모델을 직접 제작·분석했다.

이로써, ULK1이 췌장암 발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생물학적으로 처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정희선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자가포식 억제를 넘어 암 미세환경 자체를 항암 면역에 유리하도록 재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췌장암 환자를 위한 정밀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 사업과 한미 공동연구 사업 지원으로 이뤄져 국제 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IF 12.9)' 2025년 12월호에 게재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