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신중해야…동일 성분도 환자 따라 약효 달라"

의료계 "재정절감 앞세우면 생산 유인↓…공급 불안 더 커져"
복지부 "성분명 처방이 만능 해법 아냐…단계별 수급대책 검토"

29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급 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국회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6.1.29/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책 중 하나로 '성분명 처방'이 논의되는 가운데 의료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시의사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국회 토론회'를 열고 성분명 처방의 효과·부작용을 논의했다.

한 의원은 "같은 성분 약이라도 환자의 연령, 기저질환, 동반질환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 흡수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런 차이는 중증질환이나 면역저하 환자에게 중대한 임상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성분명 처방 추진 이유 중 하나로 '재정절감'을 이야기한다"며 "재정절감을 위해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의약품 수급 불안의 구조적 원인을 짚으며 "개별 품목 중심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치료의 연속성을 기준으로 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료 부족이나 생산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성분명 처방으로 대체할 약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구조적 원인 앞에서 성분명 처방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특히 저가 약가 구조가 공급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가 경쟁을 전제로 한 성분명 처방은 생산 유인을 더 떨어뜨려 오히려 공급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이미 국내 약가는 OECD 평균 대비 낮고 제네릭 가격 역전 현상도 빈번해 비용 절감 효과 역시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의약품 수급 문제는 개별 성분이 아니라 임상 현장에서 대체 가능성이 있는지 핵심 치료에 해당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료–완제–유통–사용 단계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조기 경보와 예측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양태 대한파킨슨병협회 이사는 성분명 처방 논의에서 환자 안전과 선택권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성분이라도 제네릭 간 차이로 인해 일부 환자에게서는 실제 임상적 문제나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의약품 수급 문제를 비용이나 행정 편의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환자 생명과 직결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약품 수급 안정 정책은 전문가 중심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환자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방식보다 환자 안전과 치료 연속성을 중심에 둔 대안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준혁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정부는 수급불안정 의약품 문제를 성분명 처방 하나만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생산·유통·사용 단계) 원인에 맞춰 필요한 정책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법령 개정으로 필수의약품 기준을 손보고 수급불안정 의약품까지 대응 범위를 넓히는 한편 거버넌스에 의사·약사 단체와 제조업체뿐 아니라 환자단체 추천 인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대체조제 정보시스템 근거 마련 등 절차 지원도 함께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