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심정지땐 속옷 벗기지 말고 소생술…아기는 엄지로 압박(종합)

질병청 한국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 발표
신고자에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지도하기로

김민석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을·겨울철 화재 대비 재난 예방과 대응을 위해 진행된 민방위 훈련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2025.10.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청주=뉴스1) 강승지 기자 = 신체 노출과 접촉 등 우려로 자동심장충격기(AED) 적용률이 낮은 여성 심정지 환자는 브래지어 등 속옷을 제거하지 않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는 방안이 권고된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는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이같이 발표했다.

29일 질병청에 따르면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 2006년 처음 제정된 뒤 2011년, 2015년, 2020년 개정이 이뤄졌다. 기존 2020년 가이드라인으로 기반으로 하되 국내·외 최신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해 개정했다.

여성은 브래지어를 풀거나 제거하지 않고 위치를 조정한 뒤 가슴 조직을 피해 자동심장충격기 패드를 맨 가슴에 부착할 것을 권고했다. 질병청은 "여성 심정지 환자의 경우 신체 노출과 접촉에 대한 우려 등으로 자동심장충격기 적용률이 낮은 것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창희 남서울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이날 충북 청주 오송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협회는) 여성 심폐소생술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고심했다"면서 "동물실험 결과, 일부 와이어가 있더라도 전기충격에 큰 영향이 없다고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소아 기본소생술에서는 영아(만 1세 미만의 아기)의 경우, 기존에 1인 구조자는 '두 손가락 압박법', 2인 이상 구조자는 '양손 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을 권고했으나, 이번 개정에서는 구조자 수에 상관없이 '양손 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정성필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압박 깊이와 힘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고, 손가락 통증이나 피로도가 낮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고 전했다. 성인에게는 5.3~5.4㎝ 정도를 누르고 어린아이와 갓난아기는 그보다 약하게 각각 4~5㎝, 4㎝ 눌러주면 된다.

기본소생술에서는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률과 심정지 환자 생존율을 모두 높이기 위해 구급상황(상담)요원이 신고자에게 자동심장충격기 확보·사용을 지도할 것을 제안했다. 순서와 방법은 기존대로 유지하며, 가슴압박을 할 때 구조자의 주된(편한) 손이 아래로 향할 것을 제안했다.

소생술 이행 기준은 호흡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갑자기 쓰러진 이의 호흡이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이라면 소생술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산모에게도 심정지가 의심되면 소생술을 해야 한다. 배가 많이 불렀다면 튀어나온 배를 피해 배 윗부분을 압박하면 된다.

신체 노출과 접촉 등 우려로 자동심장충격기(AED) 적용률이 낮은 여성 심정지 환자는 브래지어 등 속옷을 제거하지 않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는 방안이 권고된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는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이같이 발표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익수에 의한 심정지 환자에게는 인공호흡을 포함한 표준심폐소생술을 권고했으며 일반인 목격자가 인공호흡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꺼린다면 가슴압박소생술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교육을 받은 일차반응자나 응급의료종사자는 인공호흡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고했다.

전문소생술에서는 엎드린 자세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 기관내삽관이 돼 있고, 환자를 즉시 누운 자세로 변경하기 어렵거나 관련된 위험이 있을 경우 엎드린 상태에서 소생술을 시도해 볼 수 있음을 권고했다.

성인 심장정지 환자가 기존의 소생술로 자발순환회복이 되지 않을 때, 가능한 경우, 체외순환 심폐소생술을 고려해 볼 것을 권고했다. 심정지 후 소생 후 치료에서는 자발순환회복 후 혼수인 성인 환자에게 33~37.5도 사이의 온도를 체온유지치료 목표 온도로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성인 및 1세 이상 소아의 경우 이물에 의한 기도폐쇄 시 기존과 동일하게 등 두드리기 5회를 먼저 시행하고, 등 두드리기가 효과가 없다면 5회의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를 시행하면 된다. 다만 1세 미만 영아의 경우 내부 장기 손상 우려로 복부 압박이 권고되지 않는다.

영아의 기도이물 제거 시에는 5회의 등 두드리기와 5회의 가슴 밀어내기 방법을 이물이 나올 때까지 또는 의식이 없어질 때까지 교대로 반복 시행해야 하는데, 가슴 밀어내기 방법을 '한 손 손꿈치 압박법'으로 시행할 것을 이번 개정에서 추가로 권고했다.

신생아소생술에서는 기존에 출생 직후 심폐소생술을 했음에도 자발순환회복을 보이지 않는 신생아의 경우 심폐소생술의 중단에 대한 논의를 고려할 수 있는 시간을 출생 후 10~20분 정도로 권고했으나, 이번 개정에서는 출생 후 20분 정도에 중단 논의를 고려할 수 있음을 권고했다.

교육 및 실행에서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기 주도형 디지털 학습 등의 비대면 교육보다는 강사주도형 실습 교육을 동반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교육에서 손의 올바른 위치나 가슴압박 속도 및 깊이를 음성, 메트로놈 등을 이용해 피드백해 주는 장치를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미국, 유럽 등 국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응급처치 분야를 신설했으며, 심장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주제로 △가슴통증 환자 △급성 뇌졸중 의심 환자 △천식 발작 △아나필락시스 △경련 발작 △쇼크 △실신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심정지 예방을 위해선 수면과 식사 등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 오진희 질병청 만성질환관리국장은 "매일 11시간 일을 하면 7~9시간 근무보다 급성 심근경색이 올 확률이 1.64배 올라갔다"며 "심정지를 예방하는 한편, 발생 시 응급처치를 통해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이 확대되고 심장정지 환자 생존율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개정 사항을 유관기관 및 대국민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개정된 내용이 심폐소생술 교육자료와 현장에도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