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폰 못 놓는다"던 사람들, 생체리듬까지 흔들렸다

불면증 환자 246명 분석…하루 활동·심박 패턴 달랐다
조철현 고대안암병원 교수 "디지털 행동 정보, 치료시 고려해야"

조철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고대안암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성인에서 수면의 질 저하와 생체리듬 불안정, 우울·불안 증상 증가와 연관돼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기보고 설문뿐 아니라 4주간의 웨어러블·스마트폰 앱 기반 생체 데이터를 함께 분석한 결과다.

9일 조철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불면증 증상을 가진 성인 246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다 사용 위험도와 수면·정신건강 지표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불면증 증상을 호소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다 사용 위험군과 저위험군을 나눈 뒤, 설문과 함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일상생활 속 수면과 활동, 심박수 변화를 연속적으로 수집·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 따른 차이가 일시적 상태가 아니라 실제 생활 패턴과 생체 신호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에는 평균 연령 31세의 불면증 성인 246명이 참여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 선별 설문을 통해 고위험군 141명과 저위험군 105명으로 분류했으며, 연령·성별·체질량지수(BMI)를 보정한 분석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4주 동안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상 습관을 기록하고,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수면 시간과 심박수, 활동 강도 등의 데이터를 제공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 과다 사용 고위험군은 저위험군에 비해 중등도 이상 불면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약 2.6배 높았다. 주관적 수면의 질 저하 위험도 역시 약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체리듬 안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고위험군은 저위험군보다 생체리듬 불안정이 뚜렷했다.

정신건강 지표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 고위험군은 우울 증상 위험이 약 2.8배, 불안 증상 위험이 약 1.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차이는 연령과 성별, BMI를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웨어러블 기기 기반 분석에서도 집단 간 차이가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 고위험군은 낮 시간 최소 심박수가 저위험군보다 낮았으며, 휴일과 야간을 포함한 활동 강도 패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설문으로 분류한 위험군 간 차이가 실제 생리적 지표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생체리듬 불안정을 핵심 연결 고리로 제시했다. 생체리듬 불안정은 하루 주기의 수면·각성 리듬이 흐트러진 상태를 의미하며, 수면 장애와 우울·불안 증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서는 생체리듬 불안정 점수가 스마트폰 과다 사용 고위험군에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또한 스마트폰 과다 사용 고위험군에서는 잠자리에 들 시간을 미루는 행동이 더 흔하게 관찰됐다. 이는 수면 시간 자체가 늦어지기보다는, 잠자리에 들 수 있음에도 스마트폰 사용으로 취침을 미루는 행동이 반복되는 양상으로 해석됐다.

조철현 교수는 "스마트폰 과다 사용 위험도는 설문으로 평가되지만, 이번 연구는 그 차이가 실제 일상생활 속 수면, 생체리듬, 정신건강 지표에서도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객관적 데이터로 확인했다"며 "불면증 평가와 치료 과정에서 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같은 디지털 행동 정보를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가 단면 분석이라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수면과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지, 또는 수면과 정신건강 문제가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추가적인 종단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데이터는 실제 생활을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료용 장비에 비해 측정 정밀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연구의 한계로 제시됐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행위중독저널(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