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잡는 건보공단 '특사경'…국감 계기 '속도' 전망

부당청구 연간 2000억인데 수사 '하세월'…"건보 직접수사 필요"
정부 "2027년 도입" 목표, 여야도 공감…의료계는 반발 전망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 및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하는 방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 국정운영 계획에 포함된 데다 여야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제도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수사 의지가 낮고 수사 기간이 길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공단이 직접 조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사경은 경찰이 아닌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현장 조사·압수·송치 등 형사절차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보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사무장병원 등 건보재정을 침해하는 사안을 공단이 직접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사 명의만 빌려 불법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영리만을 목적으로 과잉·불법 진료를 하기 때문에 건보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꼽힌다. 불법 기관이 타간 부당 청구 금액은 지난 6월 기준 2조 9104억 원, 건보 재정으론 연간 2000억 원꼴이다.

현재는 공단이 위법 정황을 포착해도 경찰·검찰에 수사의뢰만 가능해, 수사 개시까지 수주 이상이 걸리는 등 단속과 처벌 사이에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공단은 매년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재정 누수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데, 공단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다면 적발과 환수 속도가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 이사장은 "경찰이 해당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평균 수사 기간이 1년 이상 걸리고, 그 사이 증거가 인멸되는 사례도 있다"며 "경찰이 일반 경제범죄와 의료범죄를 같은 기준으로 다루면 전문적 조사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여야 복지위원들 모두 공단 특사경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여야 의원 79명은 지난해 제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법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이번 국감에서도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일 의료기기회사 FMC가 열린의료재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특사경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도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선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내용이 담긴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현재 7건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계류돼 있다.

올해 초까지는 법사위 내에서 신중론이 우세했지만,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정부가 국정운영 계획에 '2027년 도입'으로 시점을 못 박은 만큼 입법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복지부도 법사위를 찾아 도입 취지를 설명하며 제도화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료계에선 의료기간의 진료관과 수익권 침해를 근거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대신 의료계에선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서울시약사회가 전날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 사무장병원 개설을 근절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개정안은 의약단체가 병원·약국 개설 희망자에게 윤리·법률 사전 교육을 의무화해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개설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사무장병원은 사전에 개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 건강과 건보 재정을 위한 법적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