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약품 100% 관세 예고…정부 '바이오·화장품 수출 대응' 강화

건강보험 빅데이터 제공 5개월→1개월 단축…AI 활용도 확대
김영태 부위원장 "바이오혁신 과제, 현장 성과로 이어갈 것"

김영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부위원장(서울대병원장) 등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보건복지부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미국이 의약품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고 의료기기와 화장품에 상호관세를 적용하는 가운데 정부가 수출 영향과 대응책을 점검하고 규제 개선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확대도 논의됐는데,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에 포함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전략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회의는 김영태 부위원장(서울대학교병원장)이 주재했으며,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가 참석했다.

위원회는 지난 2023년 12월 출범 이후 분기마다 총 8차례 회의를 이어왔다.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의료 인공지능·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달 5일 제7차 회의에서 국무총리는 인공지능, 데이터 공유, 규제 투명성 등을 주요 의제로 선정해 논의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먼저 미국 관세 조치를 검토했다. 미국은 10월 1일부터 자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기와 화장품에는 8월부터 15% 상호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미 바이오헬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여한 업계는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바이오시밀러 등 주력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계는 미국 외 대체시장 개척과 물류·마케팅 비용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는 수출 바우처 확대, 특화 프로그램 운영, 현지 네트워킹 강화, 대체시장 인허가 지원, 공급망 보강 등 전 과정 지원 방안을 내놨다. 의약품 고율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업종·기업별 1대1 면담을 통해 맞춤 지원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방안도 다뤘다. 정부는 데이터 제공 기간을 현행 최대 5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합성데이터와 저위험 가명데이터를 개발해 인공지능 연구에 활용하기로 했다. 빅데이터 분석센터를 늘려 개방시간과 이용시간을 확대하고, 신청자 맞춤형 교육도 강화한다.

규제개혁마당 운영 현황도 이번 회의에서 점검했다.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협회·단체 간담회와 기업 상담으로 337건을 발굴했고, 이 중 282건을 접수했다. 단순 민원이나 중복을 제외한 222건이 관리과제로 지정됐으며, 지금까지 133건을 개선했다. 89건은 추진 중이고 50건은 수용 곤란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부처 검토가 끝난 23건을 보고했고, 이 가운데 5건을 주요 개선 과제로 확정했다.

확정된 개선안은 다섯 가지다. 의료기기 선진입 제도는 보고 항목과 주기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축소하고, 실시 기관과 의사 요건도 완화한다. 환자 동의서는 중요 변경만 승인받고 경미한 사항은 선변경 후보고 방식으로 전환한다. 신의료기술 평가유예 제도는 연장 사유와 심의 결과를 공개하도록 바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제도 위반은 현장조사와 사용 중단 조치로 관리한다. 수출용 영문증명서는 제조소 주소와 함께 본사 주소도 기재해 수입국 인허가 절차의 불일치를 줄인다.

이외에도 인공지능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제정, 체외진단 의료기기 규제 개선, 다국적 임상시험 승인 확대, 장기추적조사 기준 정비, 의료기기 품질관리 제도 개선, 세포처리업무 위탁 범위 확대, 신의료기술평가 고시 대상 정합화, 포괄적 환자 동의 허용 등이 함께 검토됐다. 반면 기획재정부 소관인 치료 목적 의약품의 부가가치세 면제안은 수용 곤란으로 결론 났다.

정부는 이행 실적도 공개했다. 올해 3분기에는 의료기기 품목허가 갱신제도와 제대혈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의료기기 제도는 유지관리용 전기 제품까지 범위를 넓혔고, 제대혈법은 제대혈을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누적 개선 완료 과제는 133건이다.

김영태 부위원장은 "대통령 주재 바이오 혁신 토론회의 주요 과제를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면밀하게 점검하여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며 "앞으로도 인허가, 연구개발, 투자, 인공지능·데이터 등 바이오헬스 전반의 구체적 임무를 민간과 범정부가 함께하는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지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