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다섯살도 안돼 유치 빠지게 하는 '이 병'…관심 필요

저인산효소증 환자들, 환우회 만들며 환경 개선 나서
일생에 건강한 뼈 형성 어려워…조기 진단 치료 중요

저인산효소증은 뼈 형성과 근육 대사에 필수적인 효소 'TNSALP'(Tissue Non-Specific Alkaline Phosphatase, 조직 비특이적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의 생성을 담당하는 ALPL 유전자가 변이된 희귀질환이다.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s, HPP)' 환자 8명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한국저인산효소증환우회를 발족하며 연대할 계기를 마련했는데 규모는 작지만, 저인산효소증을 알리고 사회 인식을 높일 출발점으로 주목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저인산효소증은 뼈 형성과 근육 대사에 필수적인 효소 'TNSALP'(Tissue Non-Specific Alkaline Phosphatase, 조직 비특이적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의 생성을 담당하는 ALPL 유전자가 변이된 희귀질환이다.

이에 따라 칼슘과 인이 뼈조직에 제대로 침착되지 않아 골격과 치아의 강도가 약해지고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 임신 후기와 출생 직후인 주산기 저인산효소증은 예후가 가장 불량한 형태로 태아 시기부터 뼈의 석회화에 문제가 생겨 대부분 출생 직후 사망할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

영아기 환자 역시 약 50%가 1세 이전에 숨지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발육 부진과 운동 발달 지연 문제가 두드러진다. 소아기에는 구루병으로 인한 저신장과 골격 기형, 뼈와 관절 통증을 겪고 대부분의 환자가 5세 이전에 유치가 조기에 빠진다.

성인기에는 일반적으로 중년기를 지난 뒤 진단받는 경우가 많으며 하반신이 골절되고 영구치는 소실된다. 이처럼 저인산효소증은 증상 발현이 이를수록 치명적이며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생 전반에 걸쳐 골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희귀질환과 마찬가지로 빠른 진단이 쉽지 않다. 예컨대 18세 이전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진단 지연 기간 중앙값이 24.5년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신생아 환자는 치료받지 못하면 73%가 1.2세 전에 사망한 바 있다.

이렇게 많은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오진돼 효과 없는 약을 쓰거나 질환을 악화시킬 약을 먹기도 한다. 이런 진단 지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수십 년간 반복적인 골절, 만성 통증, 보행 장애 등을 겪으면서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강정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은 환자 수가 적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유사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혹시 나도 아닐까?' 의심해 보고 진단받을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혈청 검사를 통해 효소의 결핍 여부를 확인하고, 유전자 검사를 거쳐 변이를 확인해 진단할 수 있다. 나이와 성별 참고치 대비 지속적으로 낮은 혈청 수치를 보일 때 의심해야 한다. 10세 미만 소아의 정상 하한치는 성인보다 3배 이상 높아 각각 기준을 달리해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일한 치료법은 효소 대체요법(ERT, Enzyme-replacement Therapy)뿐이다. 스트렌식이라 불리는 아스포타제 알파 성분 의약품은 소아기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결핍된 효소를 대체해 정상적인 뼈의 무기질화를 촉진할 수 있다.

임상 결과 아스포타제 알파 치료 6개월 시점에서 영유아 환자의 골격 무기질화를 개선해 골격 이상을 회복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환자 78명을 최대 7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는 88%가 생존했고, 인공호흡기 없이도 생존한 환자의 비율이 미치료 대조군 대비 약 3배 높게 나타났다.

소아기 환자 역시 효소 대체요법을 통해 골 강도가 강화되고 구루병 증상이 호전됐으며 6분 보행 검사(6MWT)에서는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나타나 정상 범주에 가까운 보행 기능을 회복했다.

이는 저인산효소증 환자에게 효소 대체요법이 생존율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희귀질환으로 진단이 어렵지만 조기에 발굴해 치료받으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치료제의 도입으로 환자 생존율과 삶의 질이 향상됐다.

전문가들은 환우회 발족이 사회적 인식을 높여 더 많은 숨겨진 환자가 적기에 진단받고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강조한다. 치료법이 있다는 점 역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s, HPP)' 환자 8명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한국저인산효소증 환우회를 발족하며 연대할 계기를 마련했는데 규모는 작지만, 저인산효소증을 알리고 사회 인식을 높일 출발점으로 주목된다.(한국저인산효소증환우회 제공)

환우회는 현재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와 보호자 8명이 참여하며 출범했다.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보건당국과 협력해 질환 인식 캠페인에도 나설 계획이다. 성인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대중 홍보를 통해 조기진단과 치료 기회를 넓히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윤석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전에 교과서나 해외 학술대회에서 들었던 질환을 처음 마주했을 때 놀랍고 충격을 느꼈다. 보행 장애나 휠체어를 타는 환자, 골절로 고통받는 환자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환자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해 볼 기회"라고 전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