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높은 폭염 속 체온 웃도는 '체감온도'…"그늘·수분·휴식이 살 길"

오후 2~5시 외출 자제…갈증 없어도 수분 섭취해야
실외 환자 10명 중 8명…온열질환 누적 1860명 넘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사람 체온에 버금가는 36도 안팎의 기온과 40도를 웃도는 체감온도가 이어지며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외뿐 아니라 비닐하우스, 차량 내부, 작업장 등 실내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체감온도는 단순한 기온 수치가 아니라, 습도·바람·햇볕 노출·지면 복사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의 강도를 뜻한다. 기온이 33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는 40도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고, 바람이 없거나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더 심한 더위를 느끼게 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기온이 35도여도 습도가 60% 이상이면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는다"며 "햇빛이 강한 도심에서는 아스팔트 복사열까지 더해져 실제 환경은 사우나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대표적이다. 두통, 피로감, 어지러움, 근육 경련으로 시작해 방치 시 의식 저하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자나 야외 근로자,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은 고위험군에 속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하며, 갈증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물이나 이온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나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는 탈수를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외출 전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통풍이 잘 되는 밝은색 옷을 입은 뒤 양산이나 챙 넓은 모자로 햇볕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더위 속에서 맥박이 빨라지거나 숨이 차고, 두통·구토·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면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경련,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되면 119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느슨한 복장을 유지하고, 물을 뿌리거나 선풍기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실외 활동 시에는 2시간마다 15분 이상 휴식하며, 헐렁하고 밝은색 옷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 정차 시에는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남아 있지 않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밀폐된 차량 내부는 짧은 시간에도 60도 이상까지 온도가 상승할 수 있어 치명적일 수 있다.

질병청은 "온열질환은 조기에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어지럼증, 두통, 메스꺼움, 근육 경련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그늘이나 냉방된 장소로 이동하고,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한 뒤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전국 응급실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1860명으로, 2011년 감시체계 도입 이후 최단기간 내 1000명을 넘어섰다. 하루에 세 자릿수 환자가 나온 것은 지난 9일(119명) 이후 13일 만으로, 22일 하루에만 136명이 발생했다.

전체 환자의 79.6%는 실외에서 발생했다. 작업장(30.9%)이 가장 많았고, 논밭(13.4%)과 길가(12.9%)가 뒤를 이었다. 남성 환자가 78.7%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연령별로는 60~69세가 19.7%로 가장 많았다. 직업군으로는 단순노무 종사자(27.2%)가 가장 많았고, 무직자(13.2%), 농림어업 종사자(8.5%) 순이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