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청각 임플란트 3000례 달성…"난청, 극복 가능 질환"

1988년 최초 인공와우 수술 성공…국내 인공중이 수술 40% 시행
"유전요인 분석 등 통합적 접근이 세브란스 난청 치료 강점"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청각 임플란트 수술 3000례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난청은 외이와 중이에 문제가 생기는 전음성 난청과 내이의 문제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구분한다. 전음성 난청은 외부 소리 진동을 키워주면 되기 때문에 보통 보청기를 착용한다. 경도나 중등도 감각신경성 난청은 어느 정도 보청 재활이 가능하지만, 달팽이관의 유모세포 또는 청신경 이상으로 고도 난청이 생기면 아무리 큰 소리를 들려줘도 말소리로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

이때 난청을 교정하기 위해 음파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을 대신하는 장치가 인공와우다. 인공와우 장치 중 귀 바깥에 달린 어음처리기가 외부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체내 임플란트로 전달한다. 임플란트는 신호를 전기자극으로 바꿔 달팽이관 속으로 전달하고 청신경은 이를 뇌로 보내 말소리를 명료하게 이해하게 된다.

인공와우 외에도 난청 원인과 정도에 따라 인공중이, 골전도 임플란트, 청성뇌간이식 등 다양한 청각 임플란트들이 있다.

국내에선 고 김희남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지난 1988년 10월 11일 최초로 인공와우 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2013년, 2019년에 각각 1000례와 2000례를 달성하며 난청 수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번에 달성한 3000례 중 인공와우, 인공중이, 골전도 임플란트, 청성뇌간이식은 각각 2376건, 408건, 190건, 26건이다. 국내 인공중이 시술 건수는 현재 약 1000건으로 세브란스병원은 이 중 40% 정도를 시행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정밀의료를 난청 치료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는다. 정진세 교수는 지난 15년간 3500명 이상 난청 환자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진단부터 예후까지 진료 프로세스에서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청각 임플란트 시술 후에는 재활 과정이 필수다. 수술을 받더라도 넓은 범주의 소리를 듣는 데는 아직 제약이 있고 수술받은 환자가 편하게 받아들이는 소리의 주파수와 범위를 조정하는 매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는 수술 전 다양한 진료과와 함께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 맞춤형 청력 재활을 위해 청각검사실, 청각언어치료실, 사회사업팀, 하님정밀의료센터와 함께하는 체계적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인공와우 수술 아동의 청각 회복과 사회 재활을 돕는 '꿈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KT가 후원하는 꿈품교실에선 언어치료와 함께 음악, 미술, 영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세브란스병원은 전남, 제주, 경북 등 전국에 꿈품교실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지난 2019년 청각 재활 시스템이 미비했던 캄보디아에 꿈품교실 2호를 개소하며 현지 최초로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청각 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운영하고 있다.

최재영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40년간 획기적인 기술 진보를 견인하며 난청이라는 장애를 극복했다"며 "난청 치료에 있어서 유전적 요인 분석, 종양과의 연계 치료, 약물과 수술의 병행 등 통합적 접근을 하는 것이 세브란스가 가진 강점"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