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011년 운전면허 간소화 실패, 올해 의료정책에서 반복될까?

"체계적인 교육 없는 전담간호사, 탁상행정이자 위험천만한 발상"
"운전면허 정책 실패 돌아볼 때…책임있는 교육제도 설계해야"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 2011년, 정부는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운전면허 시험 제도를 대폭 간소화했다. 장내 기능시험은 11개 항목에서 2개로 축소됐고, 교육시간도 25시간에서 13시간으로 반토막 났다. 시험장 방문 횟수가 줄고 비용 부담이 덜어진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충분한 교육 없이 면허를 취득한 초보 운전자의 사고율은 급증했고, 면허만 받고 도로에 나서지 못하는, 이른바 ‘장롱면허’가 늘어났다. 심지어 많은 이들이 다시 사설 학원에 등록해 운전을 배우는 ‘면허 재교육’ 현상이 벌어졌다. 해외 언론은 한국 면허 제도를 두고 "눈을 가리고도 딸 수 있는 면허"라며 비꼬았다.

결국 2016년 정부는 정책을 원상 복귀시켰고, 강화된 교육 기준을 다시 도입해야 했다. 이 사건은 단기적인 편의와 행정 효율이 장기적인 안전과 신뢰를 해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때보다 더 중대한 정책 오류를 목도하고 있다. 대상은 운전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의료인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전담간호사 교육 신고제’는 형식만 갖춘 ‘자체 교육’과 기관 직인 하나만으로 간호사를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정책이다. 교육 표준, 시설, 강사도 없이 병원이 자체적으로 교육했다는 신고만 하면 수료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간호사는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이다. 체계적인 교육 없이 병원 현장에 투입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제도를 행정 편의의 이름으로 강행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안전망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 56만 간호사들은 이와 같은 졸속 정책에 강력히 반대한다. 교육은 단순한 이수가 아니다. 실질적인 역량을 기르고, 안전한 의료 행위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한 번의 잘못된 정책 결정은 수십 년간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의료 사고라는 참혹한 형태로 현실화한다.

2011년 운전면허 정책의 실패를 되새겨야 할 때다. 그때는 철회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명과 직결된 의료정책의 실패는 되돌릴 수 없다. 정부는 간소화가 아닌, 책임 있는 제도 설계에 나서야 한다.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