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에 맞혀도 못 막는다…고령층 독감백신, 예방효과로 전환

의학바이오기자협·서미화 의원·감염학회, 공동 토론회 개최
면역효과 높인 고면역원성 백신, 국가예방접종 필요성 강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대한감염학회는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 정책 혁신 방안 정책토론회 - 아·태 국가 관리 체계 및 한국 현황을 중심으로'를 개최해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4일 밝혔다.(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고령층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정책을 단순한 접종률 확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정부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도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제시됐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대한감염학회는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 정책 혁신 방안 정책토론회 - 아·태 국가 관리 체계 및 한국 현황을 중심으로'를 개최해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4일 밝혔다.

첫 발표를 맡은 서정윤 협회 총무이사는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90.5%는 인플루엔자가 고령층에서 폐렴·입원·중증 합병증 및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라고 인식했지만, 고령층의 백신 예방효과가 일반 성인보다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13.6%에 그쳤다.

면역기능이 저하된 고령층의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응답자의 55.7%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본인이나 고령층 가족을 위해 고면역원성 백신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50.9%가 부담된다고 했다. 향후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정책의 우선 과제로는 '실제 예방효과 향상'(58.8%)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88.8%가 동의했다.

서 이사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접종률 수치뿐만 아니라 실제 예방효과와 질병 부담 감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번 인식조사 결과는 고령층 보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고면역원성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지원 확대에 대해 높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전염병방지자문위원회(ACIP) 위원인 황위청(Yhu-Chering Huang) 린커우 창겅기념병원 소아감염내과 교수는 대만의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도입 배경과 정책 추진 과정을 소개했다. 대만은 올해부터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 도입할 계획이며, 향후 대상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황 교수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만 65세 이상에게 고면역원성 백신을 강력 권고하고 있으며, 비용효과 분석에서도 표준용량 대비 고면역원성 백신이 인플루엔자 관련 응급실·외래 방문 및 입원을 감소시키는 등 비용 효과적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지원은 한국과 대만처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가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고령층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은 2019-2020년 83.5%로 미국(69.8%), 캐나다(70%)보다 높았지만, 예방효과 측면에서는 고령층의 면역 노화로 인해 높은 백신 접종률이 충분한 면역 보호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 발표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효과는 건강한 성인에서 60~80%로 나타난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0~50% 수준에 그쳤다. 고령자 예방 접종의 일차적 목적은 중증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것이지만, 폐렴 혹은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이나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에 의한 입원 예방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 고용량 또는 면역증강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단계적 도입을 결정한 대만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75세 이상 고령자 혹은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면서 "고령층의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종합 토론에서는 민태원 협회장과 김홍빈 학회장이 좌장으로, 조성연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우중 대한노인회 사무총장, 신대현 쿠키뉴스 기자, 정통령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이 토론자로 각각 참여해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조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 인플루엔자 예방 정책은 단순히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하는 것을 넘어, 고령층의 예방효과를 강화하고 중증질환 발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전했으며, 김 사무총장은 "고령층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에서 예방효과가 높은 백신으로의 전환은 특혜가 아닌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라며 단계적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태원 협회장은 "이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인플루엔자 예방 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고령층의 감염과 입원, 중증화 및 사망을 실제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확인된 국민 인식과 국내외 근거가 구체적인 정책 개선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서미화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정책의 목표를 실제 예방효과와 질병 부담 감소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국회에서도 오늘 제시된 과학적 근거와 주요 국가 사례, 고령층 당사자의 목소리 등을 토대로 실질적인 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논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홍빈 학회 이사장은 "면역노화를 고려한 고면역원성 백신 권고는 학회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제언해 온 부분"이라며 "학계와 정부, 국회가 함께 재정 여건과 공중보건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의학·건강·바이오·제약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인 전문 언론인 단체로서 국내 일간지·방송·통신사 등 40여개 언론사 의학·바이오 담당 기자 1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는 의료계·정부·제약·바이오 업계와 사회를 연결하면서 현안을 공유하고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