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번으로 알츠하이머 진단…로슈·릴리 혈액검사 美 FDA 허가

뇌 촬영·뇌척수액 검사 대신 채혈로 간편하게
인지 저하 증상 있는 55세 이상 대상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간단한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뇌를 촬영하거나 뇌척수액을 채취해야 했지만, 혈액검사가 도입되면서 검사 부담과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2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로슈와 일라이 릴리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일렉시스 인산화 타우 217'(pTau217)을 허가했다.

검사 대상은 인지 저하와 관련한 징후나 증상, 불편을 호소하는 55세 이상이다. 해당 검사는 지난 5월 유럽에 이어 이달 일본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플라크 형태로 쌓이고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 대표적인 병리적 특징이다.

일렉시스 pTau217은 혈액 속 pTau217 단백질을 측정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병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평가한다.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아밀로이드 병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음성이면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한다. 중간값이 나오면 아밀로이드 병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추가 검사를 고려하게 된다.

그간 뇌의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주로 PET 촬영이나 뇌척수액 검사가 활용됐다. PET는 비용이 많이 들고 검사 가능한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며 뇌척수액 검사는 허리에 바늘을 삽입해 검체를 채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일렉시스 pTau217은 혈액 채취만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특히 미국 전역에 이미 설치된 4500대 이상의 로슈 검사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어 기존 검사보다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대형 진단검사 업체 랩코프와 퀘스트 다이애그노스틱스도 자사 검사실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검사를 제공할 계획이다. 검사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제약·진단업계에서는 혈액을 이용한 검사 개발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앞서 일본 후지레비오의 '루미펄스'는 지난해 알츠하이머병 평가를 보조하는 혈액검사 가운데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

로슈 측은 "일렉시스 pTau217은 하나의 바이오마커만을 이용해 아밀로이드 병리 가능성이 높은 환자와 낮은 환자를 모두 가려내도록 허가된 최초의 혈액검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검사 한 번으로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렉시스 pTau217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병리 가능성을 판단하는 보조 검사로, 로슈는 단독 진단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다른 진단검사와 임상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