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항체가 아기의 첫 보호막"…임신부 예방접종, '면역 공백' 메운다
모체 항체 태반 통해 태아로 전달…출생 초기 면역 공백 보완
인플루엔자·백일해 이어 RSV까지…"산모·영아 함께 보호"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임신부 예방접종은 엄마가 태어날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 선물입니다.”
스스로 충분한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엄마의 항체가 첫 번째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임신 중 예방접종으로 산모의 항체를 충분히 끌어올리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돼 출생 직후 아기가 자체 면역력을 갖출 때까지 감염에 취약한 시기를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화이자제약 본사에서 열린 '화이자 프레스 유니버시티'에서는 '임신부 예방접종의 현재와 중요성: 모체 면역과 출생 전 보호의 이해'를 주제로 임신부 예방접종을 통한 산모와 영아 보호의 중요성이 다뤄졌다.
권자영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가 예방접종을 맞는 데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며 "하나는 산모 자체를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뱃속의 태아를 위해서, 마지막은 태어난 신생아를 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엄마가 심각한 감염에 걸려 몸이 염증 반응을 주로 일으키는 쪽으로 간다면 조산 위험도 올라간다"며 "엄마의 예방접종이 중요하고 엄마가 잘 보호되면 배 안에 있는 태아도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생 후에는 신생아의 미성숙한 면역체계가 문제가 된다. 신생아는 엄마에게서 전달받은 항체로 일정 기간 보호받지만 이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 반면 스스로 충분한 면역력을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그사이 감염에 취약한 '면역 공백'이 발생한다.
권 교수는 "처음 태어났을 때는 엄마 수준으로 보호될 수 있지만 두 달, 석 달이 지나면 보호 효과가 떨어진다"며 "아기가 자기 면역으로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사이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임신부 예방접종을 통한 '모체 면역'은 이 같은 공백을 줄이는 전략이다. 백신으로 산모의 항체 수준을 높이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더 많은 항체를 전달해 출생 후 보호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권 교수는 "엄마를 예방접종 해 항체를 더 올려준 다음 아기에게 주면 아기는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항체를 갖고 태어난다"며 "항체가 시간이 지나 없어지더라도 더 오랜 기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효과는 인플루엔자와 백일해 예방접종에서 확인되고 있다. 설현주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임신부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출생 후 영아의 감염을 약 50% 줄이고 입원 위험도 최대 7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설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며 "산모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 외에도 신생아 감염을 50% 정도 감소시키고 생후 6개월까지 아이의 입원율을 70%까지 낮추는 결과를 국내에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백일해 역시 모체 면역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영아는 생후 2개월부터 백일해 예방접종을 시작해 출생 직후 감염에 취약하다. 국내에서는 2024년 백일해 유행 당시 생후 2개월 미만 영아 사망 사례가 처음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체 면역 전략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확대되고 있다. RSV는 성인에게는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1세 미만 영아에서는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임신부 RSV 예방접종을 영아 보호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임신 32~36주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설 교수는 "임신 중 예방접종은 산모를 보호하는 동시에 출생 직후 영아의 초기 보호 공백을 메워주는 중요한 수동 면역을 제공할 수 있다"며 "임신 중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정보 부족을 줄이기 위해 의료진도 일관되고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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