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눈물 한 방울이 2만5000병으로'…휴젤 춘천 거두공장서 만난 '레티보'
21도·습도 80%…무균 환경서 만들어지는 보툴리눔 톡신
충전부터 동결건조·포장까지 자동화…사람은 공정 '감독관'
- 문대현 기자
(춘천=뉴스1) 문대현 기자
열려라, 참깨!
공장 내 자동문 앞에 서고 버튼을 누르자, 문이 천천히 양옆으로 갈라졌다. 마치 영화 속 비밀 공간에 들어가는 듯한 순간이었다.
최근 방문한 강원도 춘천 휴젤 거두공장.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가 만들어지는 이곳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생각보다 시원했다.
7월 초 춘천의 무더위와 달리 공장 내부는 약 21도의 일정한 온도와 최대 80%의 높은 습도가 유지됐다. 생산 설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끝없이 쌓인 팔레트였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같이 창고형 마트를 연상케 하는 넓은 자재 보관실에는 원부자재가 빈틈없이 래핑 돼 보관되고 있었다.
휴젤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변수를 고려해 장기 계획에 따라 자재를 확보한다"며 "유리 바이알은 통상 1년 전부터 발주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그 안쪽이었다.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원액 보관실 주변에는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국가 핵심기술을 다루는 시설답게 산업통상자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관리도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원액의 양이었다. 초저온에서 보관되는 원액은 손가락 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공장 소개를 맡은 관계자는 "눈물 한두 방울 정도 되는 이 원액 하나로 약 2만5000개 이상의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한 양이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제품의 출발점인 셈이다. 원액 제조공정에는 단 18명만 투입된다. 균 배양부터 정제까지 휴젤의 핵심 기술이 집중되는 공간인 만큼 허가받은 인원만 출입할 수 있다.
복도 곳곳에는 "품질은 우리 모두의 책임", "법적 요구사항을 준수하자"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단순한 구호라기보다 생산 현장의 원칙처럼 느껴졌다.
원액은 이후 완제 공정으로 이동한다. 안전화제와 주사용수를 혼합해 최종 용액을 만든 뒤 바이알에 충전하고 고무마개를 올린다. 작업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으로 완전히 몸을 감쌌다.
하지만 가장 바쁜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기계였다. 조용한 생산라인에서는 기계음만 일정한 리듬으로 흘렀다.
2508개의 바이알이 한 번에 자동으로 정렬돼 동결건조기로 이동했다. 이 과정이 열 번 반복되면 약 2만 5000개의 제품이 만들어진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사람은 감독 역할"이라며 "공정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개입이 줄어들수록 오염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후 제품은 약 16시간 동안 영하 50도 안팎에서 동결건조를 거친다. 얼음 상태의 수분을 승화시켜 최종적으로 흰색 분말 형태의 보툴리눔 톡신이 완성된다. 병원에서는 여기에 생리식염수를 희석해 실제 시술에 사용한다.
동결건조 설비는 공장에서도 가장 큰 장비였다. 매 생산 로트가 끝날 때마다 세척과 멸균을 반복한다.
동결건조 파트 근무자는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조 업체와 동결 건조 원리는 비슷하지만, 온도와 시간, 압력 조건은 회사마다 다르다"며 "공정 노하우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완성된 제품 역시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는다. 캡슐링과 포장, 라벨링까지 자동화 설비가 담당한다. 최종 제품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어느 병원으로 출하됐는지까지 모두 추적할 수 있다.
국내 제품은 식약처 관리 시스템을 통해 유통되고 해외 물량은 온도 모니터링 장치를 갖춘 전용 컨테이너에 실려 세계 각국으로 향한다.
휴젤은 지난해 상업 생산을 시작한 B동까지 가동하면서 현재 연간 최대 1300만 바이알(A동 500만·B동 800만)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기존보다 약 2.3배 확대된 규모다.
자동화 설비를 기반으로 완제품 생산시간도 기존보다 약 40% 단축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은 미국과 유럽, 중국을 포함해 70여 개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해외 매출 비중도 70%에 육박한다.
설희수 생산총괄본부 품질사업부장(상무)은 "현재도 글로벌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시장 성장세를 감안하면 추가 증설도 시기의 문제"라며 "글로벌 수요를 보며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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