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 여파에 제약·바이오 공시 손질…투명성 vs 영업기밀 '딜레마'
3개월간 TF 운영…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공시 재정비
"업체 규모 등 고려해서 가이드라인 만들어져야"
- 문대현 기자,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김정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기업 공시 시스템 개편을 예고하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계 특성상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TF 발족식을 개최했다. 투자자가 핵심 정보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 29.9%(183조 2000억 원), 기업공개(IPO) 비중 47.0%(14조 6000억 원) 등 높은 비중과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지만, 임상시험, 기술이전 등 핵심 정보의 전문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반 투자자가 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기업가치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연구개발 성과에 의존하는 특성상, 공시 정보에 대한 해석의 난도가 높고 투자 판단의 불확실성도 크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던 삼천당제약(000250)이 불과 며칠 새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는데, 보도자료의 호재성 정보와 실제 공시 사이의 괴리로 신뢰 논란이 불거진 이유가 컸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TF를 약 3개월간 운영하며 시장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제약·바이오 공시를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언론보도와 공시 내용 간 간극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머리를 맞대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관련 업계도 일단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큰 건이 이뤄질 것처럼 공시한 뒤 정작 계약 규모는 초라한 수준이라 논란을 자초하는 기업의 행위를 줄이면 투자자나 업계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사태 후 제약·바이오에 대한 신뢰감이 낮아져 투자받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금감원의 발표는 이 업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분명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근 K-바이오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도 투자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도 성숙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감지된다. 임상 단계, 향후 일정, 리스크, 기대 성과까지 상세히 공시에 담을 경우 경쟁사에 전략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바이오는 미래 가치 기반 산업이라 R&D 정보 자체가 핵심 경쟁력인데, 세세하게 노출될 경우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바이오는 업계 특성상 임상 실패 가능성 등 변수가 큰데, 기대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가 결과가 빗나가면 투자자 분쟁의 우려도 있다.
제약업계 종사자는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이 기술이전, 계약 발표, 임상 기대치 등 더 보수적으로 표현할 가능성 있어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개선 TF에 증권 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도 들어가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규모와 R&D 분야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세세한 기준이 세워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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