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비만약 전쟁 총력전…'주사제' 굳히고 '경구제' 띄운다

한미약품, '한국인 맞춤형 주사제' 8000억 국내 시장 타깃
일동제약·디앤디파마텍, '먹는 편의성' 기술이전·개발 추진

일라이릴리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타파이드)' 제품군.(사진 일라이릴리)/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글로벌 비만약 시장이 2030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기존 시장을 장악한 '주사제'의 안정적인 성장과 복용 편의성을 혁신한 '경구제(먹는 약)'의 본격적인 등장이 맞물리며 시장의 판도가 '투 트랙(Two-Track)'으로 확장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에 맞춘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체형에 최적화된 주사제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노리는 반면, 일동제약과 디앤디파마텍은 차세대 기술인 경구용 제제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비만 약' 주사제 중심 구축…먹는 약으로 확장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지난해 700억 달러(약 100조 원)를 넘어섰다.

올해에는 기존 '위고비', '마운자로' 등 기존 GLP-1 계열 주사제의 매출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면서 경구용 제제와 차세대 기전 약물들이 가세하며 양적·질적 팽창을 동시에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주사제가 확실한 체중 감량 효과 등에 기반을 두고 시장 중심축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경구제는 2030년경 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현지에서 처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 '오포글리프론'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먹는(경구용) 비만약 '위고비' 제품 모습./뉴스1
한미약품, '한국인 비만약' 안방 시장 접수

한미약품이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NDA)를 신청하며 국산 1호 비만치료제 탄생을 예고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의 주 1회 주사제다. 글로벌 신약과 대등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도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개발을 넘어 비만 치료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의 체형과 생활 습관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GLP-1 주사제'다. 고도 비만 환자가 대다수인 서구권 치료제와 달리 체질량지수(BMI)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용량을 최적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업계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이르면 올 하반기 출시될 시 약 8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존 치료제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인의 체질에 맞춘 '토종 신약'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전망이다.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한미약품 제공)/뉴스1
일동·디앤디, '경구용' 기술력…글로벌 기술이전·개발 추진

일동제약과 디앤디파마텍은 주사제의 불편함을 해소할 경구용 비만약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등을 추진한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용 GLP-1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다. 임상 1상에서 4주 투여로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일동제약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임상 2상 진입과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ID110521156은 후보물질은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저분자 화합물' 기반 신약이다. 저분자 화합물 신약은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제조 원가가 낮은 강점이 있다. 제품 출시 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앤디파마텍은 자체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오럴링크'를 통해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오랄링크 기술은 약물의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사제 수준의 생체 이용률을 구현했다. 이는 단순한 제형 변경을 넘어 기술적 진입 장벽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글로벌 파트너사인 멧세라가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이 적용된 경구용 비만약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본다. 화이자는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의 신약 후보물질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비만치료제 시장이 주사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제형 다변화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한미약품이 한국형 주사제로 내수 시장을 탄탄하게 다지는 실리를 챙긴다면, 일동제약과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제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량 판매를 노리는 전략으로 K-비만약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