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환율 압박…원료 수입 의존 제약사 '흔들' CDMO '반사익'

원료의약품 자급도 31.4%…고환율에 수입 의존 구조 부담 가중
환율 변수 취약한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 107건 전례도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2025.12.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내부의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입 원료 비중이 높은 전통 제약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수출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구조 영향이다.

2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31.4% 수준이다. 수입 구조도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국가는 중국(36.3%), 인도(14.2%), 일본(9.0%)으로, 이들 3개국이 전체 수입의 59.5%를 차지한다.

환율 상승 '직격탄'…수입 원료 의존 제약사 부담 가중

환율 상승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은 원료의약품 조달 부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료 가격은 즉각 상승하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보험 약가 체계와 정부의 가격 관리 구조상 원료비 인상분을 곧바로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일부 품목에서는 채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일수록 환율 부담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원가 부담이 누적될 경우 일부 품목의 생산 축소나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고환율이 단순한 비용 변수에 그치지 않고, 의약품 공급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24년 기준 31.4% 수준으로,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라며 "2023년 말 기준 의약품 공급 중단 및 부족 보고는 총 432건으로, 이 가운데 국가필수의약품이 107건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CDMO·수출형 바이오, 고환율 국면서 반사익 기대감 커져

반면 같은 환율 환경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글로벌 수출 비중이 높거나 달러 기반 계약 구조를 가진 바이오 기업과 CDMO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매출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발생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 시 원화 환산 기준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원료의약품 국산화 역량을 확보한 기업들도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 수입 원료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데다, 국산 원료 사용을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존에 수입 원료를 사용하던 제네릭 의약품이 국산 원료로 전환할 경우,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기 위한 약가 조정 절차도 이전보다 단축됐다.

이처럼 환율 환경과 정책 기조가 맞물리면서, 기업 간 체감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자체보다 기업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느냐가 실적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계속 이어진다면)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통제약사와 달러 매출 비중이 큰 CDMO 기업 간 체감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