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보건의료 R&D 예산 2.4조 '역대 최대'…증액보다 구조 변화 '초점'

과제 늘리기서 인프라 구축으로 R&D 예산 무게중심 이동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조 4251억 원까지 확대됐다. 정부가 R&D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증액 자체보다 어떤 방식, 구조로 쓰일지에 쏠렸다.

18일 정부는 2026년 보건의료 R&D 예산 2조 4251억 원을 담은 '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위한 도약, 보건의료 국가대표기술 30개 선정, AI 기본의료 실현'이라는 제목의 보도참고 자료를 내고 향후 보건의료 R&D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5개 부처의 2026년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으로 2조 4251억 원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3% 증가한 규모로, 외형만 보면 역대 최대 수준이다. 부처별로는 보건복지부가 1조 652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481억원, 산업통상부 2974억원, 질병관리청 1973억원, 식품의약품안전처 1171억원이다.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 5대 강국 실현을 위해 국민건강을 위한 기술혁신, 바이오헬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의료혁신, 바이오헬스 혁신 기반 조성을 4대 중점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주요 R&D 예산을 대폭 확대(최근 5년간 연평균 11.1%의 증가율)하고 있으며, 2026년은 전년 대비 12.6% 증가한 1조 652억 원(83개 사업)으로 편성했다. 이 중 신규사업으로 14개 사업에 638억 원, 계속사업은 69개 사업에 1조 14억 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단순한 증액보다 예산이 배분되는 구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이번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개별 과제 중심 지원에서 데이터·플랫폼·인프라 중심 투자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실제로 '바이오헬스 혁신기반 조성'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21.1% 늘어났으며, 의료 데이터 구축, AI 기반 분석 체계, 공공 인프라 확충 등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명시됐다.

이는 기업 단위로 R&D 자금을 나눠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가 먼저 판을 구축하고 민간이 그 위에서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로 풀이된다.

정부는 의료 AI 파운데이션 모델, 국공립병원 실증 인프라, 데이터 통합 플랫폼 등을 통해 연구개발의 기본 토대를 공공 영역에서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경우 공공 인프라 활용을 통해 초기 연구 비용과 진입 장벽은 낮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예산을 확보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단독 과제보다는 컨소시엄이나 플랫폼 참여 여부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처럼 과제 몇 개가 선정됐는지보다 앞으로는 선택한 사업이 국가의 설계안에 들어가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보건의료 국가대표기술 30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도 예산 구조 변화와 맞물린다.

따라서 2조 4251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보건의료 R&D 예산은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산업의 방향을 재설계하려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대한민국이 바이오헬스 분야의 글로벌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며,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적 연구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협력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