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표 "폭발적 성장의 해"…에이비엘바이오, 독자 생존력 갖췄다

사노피·GSK·릴리 협력…기술 기반 글로벌 바이오텍 도약
그랩바디-B·T 비롯 ABL001·이중항체 ADC 4대 동력 확보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업소개(IR)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2. 2025. 11. 17/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내년 4월 담도암 치료제 'ABL001'의 톱라인 결과 발표와 차세대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의 미국 임상 진입 등 대형 모멘텀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기술이전을 넘어 자체 신약 출시에 따른 로열티 수익 등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대표는 17일 기업설명회(IR)에서 일라이릴리, GSK,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규모 기술이전·지분투자 등 협력과 '비전 에이비엘 2.0' 전략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4대 성장동력은 △뇌혈관장벽(BBB) 셔틀 '그랩바디-B'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ABL001 △면역항암제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T' △이중항체 ADC 등이다.

그랩바디-B, BBB 셔틀 '게임 체인저' 등극…모달리티 확장 가속

에이비엘바이오의 이번 '비전 2.0' 선포의 배경에는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의 파트너십이 자리 잡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릴리와 계약금 40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포함해 최대 25억 6200만 달러(약 3조 8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릴리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이는 국내 바이오텍 중 처음으로 글로벌 빅파마가 지분 투자에 참여한 사례다. 기술도입을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이상훈 대표는 "릴리는 이미 자체적인 BBB 셔틀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에이비엘바이오의 인슐린유사성장인자 수용체(IGF1R) 기반 플랫폼 그랩바디-B를 선택했다"며 "이는 경쟁사가 사용하는 트랜스페린 수용체(TfR) 기반 셔틀 대비 우리 기술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TfR 기반 셔틀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발현율이 감소해 고령 환자에게 약물 전달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IGF1R 기반의 그랩바디-B는 노화에 따른 발현율 변화가 거의 없어 일정한 투과능을 유지한다.

또 TfR 기반 셔틀이 단일 경로(CME)로만 뇌로 들어가는 것과 달리 그랩바디-B는 다중 경로를 활용해 뇌 전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임상 1상에서 고용량 투여 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릴리 계약을 기점으로 그랩바디-B의 적용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 기존 항체 치료제뿐만 아니라 아이오니스(Ionis)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짧은 간섭 RNA(siRNA) 등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로 모달리티를 넓히고 있다. 뇌 질환을 넘어 근육 및 대사 질환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릴리의 지분 투자는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향후 다양한 타깃과 적응증 확장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ABL001' 내년 4월 톱라인 발표…신약 허가 도전

비전 2.0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임상 후기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시화다.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중항체 신약 ABL001은 현재 미국 파트너사 콤파스 테라퓨틱스 주도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2026년 4월 톱라인 데이터가 발표될 전망이다.

임상 중간 데이터에 따르면 ABL001과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17.1%를 나타냈다. 표준 치료법의 4.9%나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5.3% 대비 높은 효능을 보였다.

이 대표는 "내년 1분기 말 발표될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가 긍정적일 경우, 2026년 FDA 가속 승인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며 "성공 시 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신약으로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플랫폼 그랩바디-T 기반 'ABL111'은 위암 치료제 시장에서 '계열내최고'(Best-in-Class)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ABL111은 임상 1상에서 고용량 투여 시 83%의 반응률을 기록했다. 경쟁약물과 달리 클라우딘18.2 저발현 환자에서도 효능을 보였다. 3중 병용요법에서도 부작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 안전성을 확보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파트너사 아이맵(I-Mab)과 함께 위암 1차 치료제 진입을 목표로 180명 규모의 대규모 임상 1b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업소개(IR) 행사에서 기업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2025. 11. 17/뉴스1 황진중 기자
차세대 성장 동력 '이중항체 ADC' 연구개발 본격화

에이비엘바이오는 또 미래 먹거리로 이중항체 ADC 개발에 나섰다. 최근 설립한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를 전초기지로 삼아 글로벌 ADC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인 'ABL206'과 'ABL209'는 비임상 실험에서 경쟁 약물 대비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 등을 입증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오는 4분기 ABL206, 2026년 1분기 ABL209의 미국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을 순차적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ADC 임상은 기존 이중항체보다 분석과 생산 비용이 2배 이상 소요되는 고비용 구조지만,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해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재무 건전성을 일정 기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술이전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2000억 원 규모 현금성자산을 확보했다. 추가적인 기술이전 없이도 향후 2년에서 2년 반 동안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한 상태다.

이 대표는 "ADC 개발 과정에서 시나픽스 기술도입 등에 따른 예상치 못한 히든 코스트로 비용이 증가했다. 확보한 자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하루하루가 위기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만,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제 단독으로 생존하며 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6년 말 ABL001의 허가 여부가 회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허가 시 예상되는 로열티 수익이 최고 판매 규모 기준 약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향후에는 기술이전 수익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 로열티 수익으로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