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도 다 키로 간다"는 옛말…청소년 '위고비' 처방 길 열렸다
식약처, 12세 이상 청소년에 위고비 투약 승인
전문가들 "약물은 최후의 수단…비만 조기 치료 필요"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국내에서도 청소년이 비만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만 치료제가 성장기 청소년에게도 공식 치료 옵션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단순 외모 문제가 아닌 질병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고비의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치료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위고비는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제로,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의 30㎏/㎡ 이상에 해당하고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투약할 수 있다.
이번 승인은 글로벌 임상 3상 'STEP TEENS' 연구를 근거로 한다. 위고비 2.4㎎을 68주간 투여한 청소년군은 평균 BMI가 16.1% 감소했지만, 위약군은 0.6% 늘어났다. 체중 5% 이상 감량 달성률도 위고비군 77%로, 위약군(42%)보다 크게 높았다.
다만 부작용 우려도 있다. 위장관 이상반응(구역·구토 등)이 흔히 보고됐고, 성장기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전날 한국 노보 노디스크 제약 기자간담회에서 "약물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식사·운동·심리치료를 기본으로, 합병증이 있거나 생활 습관 교정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만 전문가 판단하에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의학적 치료 개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중·고등학생 비만율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한국·중국·일본·대만의 5~19세 청소년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한국 남아 43.0%, 여아 24.6%가 과체중·비만으로 나타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 비만이 대부분 성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해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 비만의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행한다"며 "문제는 당뇨·심혈관질환·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합병증이 20~30대 이른 시기에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이 사회적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홍 교수는 "한국 청소년 상당수가 비만을 단순히 '통통하다'고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친다"며 "이번 승인으로 비만을 미용 문제가 아닌, 조기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비만 청소년은 우울증 위험이 높고, 학교 내 괴롭힘 피해·가해율도 2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비만 치료는 단순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을 지키는 일"라고 입을 모은다.
과제는 남아 있다. 위고비는 고가 약물인 만큼 보험 적용 없이는 청소년과 가정의 부담이 크다. 또 의료진 상담 경험이 거의 없는 청소년이 많아 상담·치료 접근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영준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은 "청소년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며 "가정과 학교, 의료계, 지역사회가 함께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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