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남아 HPV 백신 NIP 미도입 한국 뿐" [인터뷰]
배상락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인터뷰
"남성 HPV 관련 질환 증가세…건강 형평성 위해 NIP 도입해야"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한쪽 성별 백신 접종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습니다."
배상락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성적 접촉으로 이뤄지는 성매개 감염은 한쪽만 치료할 경우 재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대만을 비롯해 남아 대상 HPV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만은 오는 9월 남아를 대상으로 9가 HPV 백신 접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은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만 국가 지원 대상이다.
배 교수는 "현재 OECD 38개국 중 남녀 모두 접종하는 나라는 35개국인데, 이 중 여전히 여아만 2가 혹은 4가를 접종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HPV NIP 미도입 국가인 튀르키예도 올해 안에 남녀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제규모, 의료 수준을 고려하면 한국은 OECD 중에서도 선진국에 속하지만 HPV 백신 부분에서는 현저히 뒤처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경제성 평가를 위주로 타당성을 평가하는데, 다른 국가들의 경우 성평등 등 정책적 가중치를 적용한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HPV는 흔히 여성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남성에게도 항문암, 음경암,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남성은 여성보다 HPV에 대한 면역원성이 낮아 전염 빈도가 높고, 감염률도 지속해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배 교수는 "국내 HPV 백신 도입 당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져 남성에게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남성의 두경부암과 항문암 등 HPV 관련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란셋 글로벌 헬스에 따르면 전 세계 15세 이상 남성 3명 중 1명이 HPV에 감염돼 있으며, 2023년 국내에서는 생식기 사마귀 남성 환자가 여성 대비 4.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남아 HPV 예방 접종률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1년생 여아의 1차 접종률은 79.2%에 달하지만, 동일 연령에서 남아는 0.2%에 불과하다.
그는 "접종 대상에서 남성을 제외하면 (건강 형평성 측면에서) 남성의 HPV 관련 질환이 간과되는 역차별적 문제로 이어진다"며 "실제 해외는 역차별 방지, 성평등을 지향하며 남녀 모두 접종을 국가 지원으로 도입했던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HPV 백신은 접종 시 90%에 가까운 악성종양들을 예방할 수 있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백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발생 악성 종양의 5%가 HPV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자궁경부암 같은 여성 질환은 꾸준히 감소하겠지만 두경부암 등 남성에게서 더욱 잘 발생하는 HPV 관련 질환은 지속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남성이 HPV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여성의 자궁경부암도 박멸 수준에 도달하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예방 접종은 지금 당장 효과보다 미래 위험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만큼, 현재 미래세대의 건강 형평성 확보를 위해 남아 HPV 백신 역시 NIP에 포함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는 "지난해 남아 접종 확대 직전까지 논의됐다가 무산돼 더욱 아쉽다"며 "내년에는 2013년생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 여아만 통지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남아도 통지서를 받아 함께 접종할 수 있도록 HPV 백신의 남아 접종이 고려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상락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프로필
△1977년생 △동아대 의과대학 의학사 △동아대 의과대학 의학석사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학박사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동아대병원 인턴 △동아대병원 비뇨의학과 전공의 △건국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임상강사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임상강사, 임상 조교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조교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부교수 △대한비뇨의학회 간행위원회 간사(부이사) △대한비뇨의학회 학술위원회 의원 △대한노인비뇨의학회 정보이사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남성 HPV 접종위원회 위원장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교과서편찬위원회 간사 △대한비뇨의학회 정회원 △Société Internationale d’Urologie international member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기 자문위원 △질병관리청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분야 전문가 자문위원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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